"총리관저·검찰 '탈(脫)아베' 일치…스가, 수사 묵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재임 중 의혹에 대해 일본 검찰이 수사에 나선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고 관방장관 시절 관련 의혹을 덮는 데 일조했기 때문에 아베 수사는 스가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가는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향후 정치 구도를 고려해 아베를 내치려고 했으며 이번 수사는 검찰과 스가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사의 자회사인 아사히신문출판의 펴내는 시사 주간지 '아에라'는 7일 발매된 최신 호에서 아베 전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해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 "(총리)관저와 검찰은 '아베로부터의 탈각'에서 이해가 일치했다"고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에라는 검찰이 아베에 대해 직접 조사를 추진한다는 최초 보도가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공영방송 NHK에서 나왔다는 점을 거론하고서 "전직 총리의 정치 퇴진에 관한 정보를 흘릴 수 있는 정보원은 '검찰 상층부' 또는 '관저' 밖에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베가 재임 중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건으로 평가받은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당시 도쿄고검 검사장 정년 연장 등으로 상처받은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아베로부터의 탈각'이 필요했다는 논리다.
검찰 관계자는 "당연하지만 (검찰은) 스가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불기소 시나리오는 국민에 대해 검찰의 집념을 내비치면서 현 정권에 미치는 충격은 있는 힘을 다해 억누른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설명했다.
도쿄지검은 이번 일련의 의혹에 대해 아베의 비서와 회계 책임자를 정치자금 규정법 위반(불기재)으로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검찰이 아베를 직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베 측은 정치자금 기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며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는 형사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적으로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은 신뢰 회복을 위해 아베를 손보려고 했고 스가 정권은 자신에게 큰 타격이 없는 선에서 이를 용인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가미쿠보 마사토(上久保誠人)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는 최근 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실은 기고문에서 아베 사무소에 대한 검찰 조사를 스가 총리가 "'묵인'했다. 또는 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가 총리가 국회에서 '전직 총리 관련 단체의 일'이라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거나 아베를 참고인으로 국회에 출석시켜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반응한 것 등에 주목하고서 스가가 "아베 씨를 잘라서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미쿠보 교수는 일련의 수사가 스가가 권력을 행사한 결과인지와는 별개로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부상하면서 "아베 씨의 정계 영향력 유지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고 진단했다.
스가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계승을 강조했지만, 그가 추진하는 행정 개혁이나 규제 완화는 아베노믹스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고 아베의 영향력을 줄여야 스가가 자신의 노선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구조라고 가미쿠보 교수는 분석했다.
공교롭게 아베는 최근 보수·우익 진영을 중심으로 보폭을 키우고 있었고 아베가 다시 총리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가미쿠보 교수의 해석대로라면 아베의 최근 움직임이 스가의 눈에 더욱 거슬린 셈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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