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공정거래법 개정, 전속고발권 유지·일감규제 확대(종합)

입력 2020-12-09 18:38  

40년만의 공정거래법 개정, 전속고발권 유지·일감규제 확대(종합)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처벌…M&A 신고대상 ↑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된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없던 일로 돼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를 비롯한 나머지 조항은 그대로 통과해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은 법 시행 시기인 2021년 말부터 공정위 감시망에 대거 오를 전망이다.


◇ 공정위가 고발해야 檢수사…총수일가 지분 20% 넘으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공정경제 관련 사건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앞으로도 유지된다.
당초 정부안은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나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징금은 2배로 늘어난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다른 한 축인 기업집단 규율 법제와 관련해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오를 회사는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현행 총수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총수일가가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등 공정위 규제망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있었던 기업들이 법 시행 시기인 2021년 말부터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오른다.
이에 따라 규율 대상 회사는 현행 210개에서 598개(올해 5월 1일 기준)로 388개 늘어난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800억원으로 규제범위에 속해 있는 회사(500억원)의 1.5배다. 지금은 규제망 밖에 있는 내부거래라도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부당지원에 해당할 경우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경계선'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29% 이상 30% 미만이라 아슬아슬하게 사익편취 규제대상 밖에 놓인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2019년 기준)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 2세의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총수 2세 지분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자금을 확보하는 등 승계작업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
개정안은 또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로 높였다.
또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경영권 '꼼수 승계'도 막는다.


◇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처벌…M&A 신고대상 확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사업자들이 가격·생산량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교환해 경쟁이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난 경우에는 일종의 담합으로 제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정보교환 담합은 가격담합보다는 피해가 적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정보교환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해쳤다는 게 입증되어야 공정위가 처벌할 수 있다. 경쟁을 해치지 않는 일상적인 정보교환은 규율대상에서 빠진다.
기업결합(M&A) 신고 기준도 확대된다.
지금은 인수대상 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인수금액이 큰 경우에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이 기준은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정비할 계획이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은 그동안 별도의 정부안으로 추진되어 있으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에 포함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총수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총수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에서 지분·채권을 총수일가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에 매각하지 못 하게 하는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CVC 관련 행위 금지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벌 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 "공정 3법,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대기업 부당한 경제력 남용 억제"
금융·보험사가 행하는 의결권도 제한된다.
개정법은 적대적 M&A와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일 경우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이 지정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된다.
또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구를 낼 수 있다.
공정위는 또 제재조치가 끝난 사건에 대해서도 분쟁조정 신청이 가능하게 해, 피해기업들이 소송을 거치지 않고 분쟁조정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이번 법 개정을 두고 "불공정행위와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을 근절하고 피해를 당한 사업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 구제를 해주며,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와 다중대표소송제가 함께 도입돼,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행정제재와 더불어 모회사 주주에 의한 소제기도 가능해진다"며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경제 3법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개별 기업 가치를 제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개정법률 시행을 위해 시행령 및 관련 고시 제·개정 등 후속 준비를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다만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은 공포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의결권 행사 한도가 줄어든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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