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전문가·시민단체는 엇갈린 평가
(세종=연합뉴스) 하채림 차지연 곽민서 기자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법·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 제정안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한편에서는 3법에 대해 '기업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법'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를 더 줄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환영하면서도 '기존에 논의된 것보다 상당히 후퇴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 "무리한 법안, 기업 투자 심리 위축시킬 것"
3법에 대해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최대 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과 사익편취 규제를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등이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 심리 위축을 불러와 과감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결국 부진한 경기를 더욱 가라앉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개정 상법은 전례 없는 무리한 법이다. 큰 기업은 여러 방법으로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중견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위험은 기업의 독자적 경영권 행사를 방해하고 향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대해선 "기업 내부거래에서 불법이 있으면 사법으로 처리하면 된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잠재력 있는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완화됐다 해도 3법이 한 묶음으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에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내용으로 기업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법"이라며 "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데 이런 법이 많아지면 창업 의욕이 꺾여 전반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개정된 상법의 경우 경쟁 회사가 2대 주주가 돼 사외이사, 특히 감사를 임명하면 기밀에 접근할 수 있고 이는 기업 경영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 "일단 환영…3%룰 완화·전속고발권 유지는 실망"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방향에서 3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3법의 취지와 기본 방향은 맞지만 논의 과정에서 규제 강도 등 법 내용이 지나치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공정경제 3법 통과는 일단 환영할 일이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며 "투자를 규제하는 게 아니기에 투자 위축이나 고용 위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이 논의 과정에서 너무 약화해 상당히 실망했다"며 "상법 3%룰 완화로 대주주를 견제하는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은 힘들어졌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한 것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친재벌적 색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총수일가 운영 회사에 혜택을 몰아주지 말자는 '사익편취 금지' 강화는 기업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안으로, 기업활동을 위축하진 않을 것"이라며 "신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도 충분히 예견된 일이고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국민에게 공개 약속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한 것은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긴장 관계에 있는 검찰을 견제하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일반지주회사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허용에 대해 "여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재벌이 타인의 자본을 활용해 계열사를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때에 따라 총수 일가가 소유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몰아주기를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 3법' 그 자체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그럼에도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얘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취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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