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USTR 중국담당 변호사…"훌륭한 무역정책엔 공격 필요"
WSJ "중국에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게 지론"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중국을 속속들이 잘 알고 중국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40대 아시아계 여성 변호사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무역 대표로 낙점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중국담당 수석 변호사로 일해오며 대중 강경책을 외쳐온 이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차기 미국 행정부 초대 무역대표부 수장 지명자로 일제히 보도된 캐서린 타이(45)는 현재 연방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워싱턴의 명문 사립학교인 시드웰 프렌즈 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며, 한때 중국 광저우의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몇 군데의 소형 로펌을 거쳤지만, 대부분의 변호사 경력은 정부기관에서 쌓았다.
타이는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USTR에서 중국문제 담당 수석변호사로 일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무대에서 중국을 상대해 왔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중국에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타이는 지난 8월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 연설에서 "중국과 경쟁에 관해서는 공격적이고 대담한 조치에 진짜 강력한 정치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스태프가 USTR 대표로 발탁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 그 배경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의원들은 타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멕시코·캐나다와의 무역협정(USMCA) 변경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협상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협상을 타결한 후 민주당의 요구사항인 더 강력한 노동과 환경 조항 삽입을 성사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어쨌든 인준 절차를 마치면 타이는 미국의 첫 유색인종 여성 무역대표부 대표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타이가 무역대표부 대표로 취임하면 우선 멕시코·캐나다와 체결한 USMCA를 안착시켜야 한다.
NAFTA를 대체한 USMCA는 작년 말 체결돼 올해 7월 1일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두고 "지금까지 이뤄진 가장 크고 공정하며 균형 잡히고 현대적인 무역협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과하기 시작한 '논쟁적' 관세를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무려 3천700억 달러(약 402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차기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중 관세 처리 문제에는 바이든 당선인의 생각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중국과 체결했던 무역 협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이후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과 의견을 나누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타이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는 지난 8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이 규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응책을 취하는 '방어적'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훌륭한 무역 정책에는 공격적 요소도 필요하다면서 "공격은 우리, 우리의 근로자들, 산업계와 동맹이 더 빠르고 민첩하게 높이 뛰고 강력하게 경쟁하는 것은 물론,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또 미국을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단으로 산업계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인센티브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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