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USTR "환영" 성명…유럽국가들선 "미·유럽 공동전선 깬 배신행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무역분쟁 와중에 영국이 미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이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영국이 배신했다"면서 격앙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영국의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유예 조치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영국이 취한 보복관세 조치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보복관세를 부과할 권한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에어버스의 보조금을 둘러싼 문제로 심각한 무역갈등을 겪고 있다.
작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에어버스에 EU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점을 인정하고 미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결정하자, 미국은 와인, 위스키 등 75억달러(8조1천300억원) 상당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EU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에 40억달러(4조3천36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또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도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EU의 일원으로서 이런 결정을 따라야 한다.
영국의 대미 보복관세 유예 발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미국에 대한 높아진 의존도를 고려해 양국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영국은 현재 미국 등과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국가들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형성해온 '공동전선'을 깬 배신행위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EU의 무역정책 관련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에어버스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럽 최대의 항공·방산기업인 에어버스는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지분 11.1%를 나눠 가진 양대 주주이며, 스페인 정부가 지분 4.17%를 보유한 세 번째 대주주다. 영국인 직원도 1만4천명이 근무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도 자국 정부의 독자행동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영국의 우주항공산업 로비단체 ADS의 폴 에버릿은 "영국이 미국의 상호적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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