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셰어 호소…1살 때 들어와 10년 전 짝까지 잃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릴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도심 백화점 내 동물원에서 30년 이상 갇혀 산 고릴라 부아 노이를 이제 자연으로 돌려보냅시다."
미국의 팝스타 셰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에 이어 비슷한 처지의 고릴라를 30년 이상 지낸 동물원의 차가운 우리에서 내보내자며 팔을 걷어붙였다.
셰어는 최근 트위터에 방콕 서쪽에 있는 파타 쇼핑몰 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도록 태국민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가둬두는 것은 고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백화점 위에 있는 이 동물원에는 오랑우탄, 원숭이, 새, 플라밍고, 뱀 등의 동물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존재는 태국어로 작은 연꽃이라는 뜻을 가진 '부아 노이'라는 암컷 고릴라다.
30년 넘게 갇혀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 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동물원 측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부아 노이는 1살 때인 1988년 독일에서 태국으로 옮겨졌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32년간 파타 백화점 내 동물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짝이었던 수컷도 10여 년 전에 죽어 부아 노이는 현재 태국의 '마지막' 고릴라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셰어는 최근 와라웃 신빠-아차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내 이 동물원의 생활 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부아 노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스카이 뉴스는 전했다.
그는 공동 설립한 동물보호단체인 '프리 더 와일드'(Free the Wild)와 영국 비영리 단체인 아스피날 재단이 협력해 부아 노이를 위한 보호구역을 찾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동물원 또는 태국 정부의 비용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물원 또는 당국의 승인이 내려진다면, 부아 노이는 아프리카 콩고의 평화로운 자연환경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함께 생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셰어는 앞서 지난달 동물보호단체와 손잡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로 명명된 수컷 아시아 코끼리 카아반을 파키스탄의 동물원에서 캄보디아의 보호구역으로 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아반도 부아 노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1살 때인 1985년 스리랑카에서 파키스탄으로 보내진 뒤, 2012년에는 암컷 코끼리마저 잃고 혼자서 외롭게 지냈다.
카아반은 항공편으로 캄보디아 보호구역으로 옮겨져 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부아 노이를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자는 셰어의 호소에 대해 와라웃 장관은 부아 노이의 고통을 관계자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스카이 뉴스는 전했다.
그러면서 주무 장관으로서 부아 노이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을 것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동물원 측은 올 초 방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부아 노이를 옥상에서 지상으로 옮길 계획은 갖고 있지만,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면서, 부아 노이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에이즈나 에볼라와 같은 질병이나 밀렵꾼에 의해 죽을 수도 있다며 동물보호단체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파타 동물원에 대해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이라고 지적한 곳이라고 전했다.
페타는 이 동물원을 조사한 결과, 동물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활발한 삶을 갖지 못하고 차가운 콘크리트로 된 우리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면서 폐쇄를 촉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