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로봇개' 품는다…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종합)

입력 2020-12-11 18:17  

현대차그룹 '로봇개' 품는다…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종합)
정의선 회장도 사재 2천400억원 투자…자율주행·UAM 등과 시너지 기대
정의선 "선도적 로보틱스 기술로 모빌리티 혁신과 인류에 기여할 것"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이 '로봇 개'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정 회장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직접 사재 2천400억원 가량을 출연한다.

◇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M&A에 사재 2천389억원 투자
현대차그룹은 총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차[005380]는 10일,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분 인수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총 8억8천만달러(한화 약 9천588억원)다.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구주(6억3천만달러)를 인수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2억5천만달러)를 인수, 전체 지분의 총 80%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데 2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인수에는 현대차(지분율 30%)와 현대모비스[250060](20%), 현대글로비스(10%), 정 회장(20%)이 공동 참여한다.

정 회장은 개인 보유 현금 등 사재 2천389억원을 투자한다. 정 회장이 사재를 털어 M&A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향후 그룹이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작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사실상 로보틱스 사업 강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처럼 정 회장이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향후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 글로벌 로봇 시장 급성장…자율주행·UAM 시너지 기대
이번 인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기록해 1천7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분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폿',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주목받아왔다. 이미 로봇 운영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판단 기술, 제어 기술 등은 완전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이미 작년 '스폿'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올해 6월부터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내외 각종 건설 현장이나 제조 공정에 서비스형 로봇으로 투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제품을 선별·이송하는 공정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픽'과 '핸들' 같은 물류형 로봇이 도입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을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사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어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보조할 수 있다.
아울러 계열사인 모비스·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이 가능해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혁신 주도…인류 위한 역할할 것"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 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 상용화 가속화에 나서게 돼 감격스럽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소프트뱅크그룹도 이들의 성공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로보틱스 분야의 쉽지 않은 도전 과제들을 지속해서 해결해 나가는데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이후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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