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눈물 나는데…소상공인 노리는 '코로나 대출 사기'

입력 2020-12-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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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눈물 나는데…소상공인 노리는 '코로나 대출 사기'
시중은행 사칭해 정책 자금 대출 권유…"무조건 거절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대출 알아보려고 했더니 하나은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을 받으라고 전화가 왔네요. 이거 사기인가요?"
"항상 KB를 이용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께서는 신용보증재단이 서민·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특례보증 대출상품을 신청하실 수 있으니 확인 바랍니다."
이런 전화나 문자를 받았다면 일단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정부 지원 대출을 받으라는 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관계자는 위 사례에 대해 "저희 쪽에서 연락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13일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자금 사정이 절박한 이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보이스·메신저 피싱(사기 전화·문자)이 기승을 부려 주의가 요구된다.
1·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특례보증 등 정부의 지원 제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들먹이지만, 실상은 돈을 가로채려는 수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대환 대출을 권하는 수법이 예전부터 많았는데 올해에는 사기 문구에 코로나19를 접목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유수 은행을 사칭하는 자로부터 전화·문자를 받았다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수시로 찾아드는 보이스피싱에 "가뜩이나 힘든 우리를 피눈물 나게 속여 먹는다", "손님 전화인 줄 알고 급히 받았더니 사기 전화였다", "번호 바꿔가며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데 희망고문이다"라며 울분을 쏟는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식당·카페 등 다수 업종의 영업이 제한·금지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자금 사정은 한층 더 나빠진 상황이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한 소상공인 긴급 대출 신청에 15만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금융지원에 대한 소상공인의 관심이 뜨겁다.

대출이 절박한 이들은 늘고 보이스피싱 수법은 나날이 정교해지다 보니 정말 은행에서 연락한 것으로 오해하는 일도 왕왕 생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상대가 시중은행 대출 상담사 명함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하기에 시키는 대로 보내준 인터넷 주소 링크를 눌렀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며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은행 사칭 대출 외에도 '재난지원금 차원에서 종합소득세 일부를 반환해준다', '직원 1명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면 1년에 걸쳐 1천만원을 지원해준다' 등 가지각색으로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기자가 '소상공인 특례보증' 대출 상품을 신청하라고 문자를 보낸 이에게 전화를 걸어봤더니 '서민금융 나들목'이란 상품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출시된 정부 지원 상품이란 것이다.
그러나 서민금융나들목은 수년 전 공공기관이 서민금융상품 정보 제공을 위해 운영했으나 지금은 운영을 중단한 포털사이트 이름이다. 그럴듯한 이름에 속아넘어갔다간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정부 지원 대출을 권유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앱을 설치하라고 하면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보낸 인터넷 주소를 클릭해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소지가 있으니 눌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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