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부정선거 사태'에 적극 개입 않는 서방 국가 비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 사태와 관련 유럽 국가들이 말로만 우려를 표명할 뿐 실제론 벨라루스의 우방인 러시아 눈치를 보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가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 대선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한 뒤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게재된 미국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관계의 냉정한 현실에 대한 자신의 뒤늦은 깨달음을 토로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을 때는 유럽이 (벨라루스에) 너무나 가깝고 위대하며 유럽 지도자들도 너무나 강해 (벨라루스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무슨 일인가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8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활하다 남편을 대신해 선거에 출마했었다.
그는 "이제 유럽국가들이 우려와 연대를 표명하긴 했지만 실제론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됐다"면서 "우리는 이미 몇 개월 동안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너무 느리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항상 러시아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이것은 우리에겐 가슴 아픈 일이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시했다.
그는 "나는 항상 고결하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가정에서 자라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 "단순한 우려 표명에 감사해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벨라루스 야권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유럽국가들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던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는 발언이었다.
한편 벨라루스에선 13일에도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가 19주째 이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야권 지지자들은 수도 민스크 시내 여러 구역에서 소규모 그룹별로 모여 지난 8월 대선 승리로 6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과 새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민스크뿐 아니라 서남부 도시 브레스트, 중부 도시 스몰례비치 등의 지방 도시들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는 이날 전국적으로 1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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