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팬데믹(바이러스 대유행)과 싸움에서 우리는 승리한 강자이고 미국은 패자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중국의 한 공상과학 일러스트레이터는 '2098년 중국: 첫 해외여행'이라는 그림에서 중국을 고도의 기술발전을 이룬 초강대국으로 미국은 보잘것없는 국가로 묘사했다. 자본주의와 함께 공산주의를 수용한 미국의 거리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망치와 낫 모양이 들어간 깃발이 점령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국가명은 '미국 인민 연방'(People's Union of America)이다.
이 그림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중국 내에 형성되고 있는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SNS 등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일찌감치 유행 종식 선언까지 했던 중국에서 미국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우월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장기 집권하의 중국공산당은 중국이 서방의 라이벌들을 넘어서기 위한 궤도에 올랐다는 식의 생각을 퍼뜨리고 있다.
중국이 서방의 민주주의국가보다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했고, 자체적으로 백신도 만들어 100만명 이상에게 접종했으며, 코로나발 침체 우려를 딛고 경제도 다시 성장궤도로 돌아왔다는 내용이 주류다.
극렬 민족주의자들은 이런 공산당의 생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그림을 그린 20대 초반의 판원난은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낙원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특별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의 한 대학 강사인 퇴역군인 왕샹수이도 "팬데믹과 싸움 끝에는 승리한 강국과 패배자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한 강자이며, 아직 수렁 속에 있는 미국은 패배한 강국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중국의 방송과 신문 등 매체들도 시 주석과 공산당의 확고한 리더십이 이런 성공을 일궈냈다고 떠들고 있다.
중국교육망은 지난주 보도에서 "서방 시스템에 대한 맹목적인 신임에서 깨어날 때다. 악랄한 당파싸움으로 특정 서방 국가들은 나빠졌고 사회적 분열도 깊어졌다, 심각한 사회 위기가 들끓고 있다"고 썼다.
사업가이자 온라인 논객인 리창추는 이런 중국의 우월주의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팬데믹과 싸움에서) 서방의 대응은 완전히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미국 시스템의 이제 정말 우월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베이징 인민대의 진찬롱 교수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과거 미국을 더 존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시스템을 더 명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엄청난 자부심이 생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우월주의 때문에 중국이 스스로 힘을 과신하고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을 거칠게 밀어붙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관련 저서를 낸 바 있는 미국 외교협의회(CFR)의 줄리언 케르위츠 선임연구원은 "그런 생각은 중국 최고 지도부들 사이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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