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녀 200명 납치 이어 "서구식 교육 반대" 이유…세력 확대·조직범죄와 결탁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주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남학생 300여 명이 무장 괴한들에 납치된 사건과 관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수괴를 자처하는 남성이 자기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2014년 4월 당시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의 치복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국제적 공분을 산 단체다. 이 단체는 2009년 이후 원래 북동부 지역을 배경으로 준동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처음으로 북서부 지역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보코하람 지도자를 자처한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왓츠앱 메시지로 로이터에 보낸 음성파일을 통해 자기 단체가 이번 납치극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보코하람은 AFP에도 2014년 당시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한 동일한 채널로 이번 사건이 자기들의 짓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나이지리아 북서부 카트시나 주에서 남학생 기숙학교인 정부 과학중등학교에 AK-47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쳐 소년 320명가량을 끌고 갔다. 800명 넘는 전체 학생 가운데 다른 학생들은 담장을 넘어 숲으로 달아나 무사했다.
셰카우는 메시지에서 "카트시나에서 일어난 것은 이슬람을 진작시키고 비이슬람적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서구 교육은 알라와 그의 신성한 예언자가 허용하지 않은 교육이다"라고 강변했다.
보코하람이라는 말 자체가 현지 방언인 하우사어로 '서구 교육은 금지됐다'라는 뜻이다.
납치된 학생들의 부모들은 정부에 석방 노력을 간청하고 있는 가운데 군경 합동작전을 펴던 정부는 보코하람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은 학교 안팎에 모여 하루빨리 아들들이 무사히 풀려나길 기원하고 있다.
성이 아닌 이름을 아흐마드라고만 밝힌 한 아버지는 AFP에 "처음에 단순히 몸값을 노린 산적들이 잡아간 줄로 알았는데 보코하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아들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앞서 소녀들을 납치해갔을 때도 절반가량만 발견되거나 풀려났고 나머지는 아직도 실종 상태이며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15세 아들 무즈타바의 어머니인 하지야 움미는 로이터에 아들 친구들이 전하길 무즈타바가 피랍 당시 무척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도 괴한들이 무작정 끌고 갔다면서 감정에 복받쳐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북서부 지역은 국경이 허술해 인접국 사이에 사람과 무기가 그냥 흘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조직범죄 단체가 보코하람과 결탁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한 보안 소식통은 로이터에 보코하람 자체가 납치에 개입했다기보다는 납치범들이 소년들을 보코하람에 팔아넘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 됐든 보코하람은 이번 소년 집단 납치 사건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주가를 올린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카트시나주는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출신 주로 마침 그가 방문하고 있을 당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2015년 집권한 이후 이슬람 급진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코하람의 준동으로 지금까지 3만6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보코하람은 이슬람 국가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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