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급결제 규정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한은법에 둬야"

입력 2020-12-16 10:14   수정 2020-12-16 10:28

"디지털 지급결제 규정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한은법에 둬야"
"지급결제 시스템 감시 권한은 중앙은행의 역할…흔들면 금융안정에 위험"
2006년 전자금융거래법 초안 만든 정경영 교수 최근 논문에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기자 = 디지털 금융거래의 지급결제 시스템 관련 규정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니라 한국은행법에 두는 게 금융 안정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한국상사법학회의 학술지 '상사법연구' 제39권 제3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의 체제와 최근 개정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정 교수는 국내 최고의 전자금융거래 관련 법률 전문가로, 지난 2006년 전자금융거래법 초안 작업에도 참여했다. 최근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금융거래의 지급결제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놓고 한은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전자금융거래법의 토대를 닦은 학계 전문가가 한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디지털 지급거래청산 제도를 규율함은 적절하지만, 이를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하는 방안은 부적절하다"면서 "지급결제청산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한국은행법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존의 운영기관 등에 관한 감시권한의 명문화·구체화를 통해 지급결제제도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중앙은행의 역량, 특성에 비춰 타당하고 국제적 정합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지급결제 시스템 관련 규정이 필요하더라도, 그 규정을 전자금융거래법에 넣으면 전자금융 관련 지급결제만 규제 대상이 되고, 전자금융거래법의 한계에 따라 장표(어음·수표 등) 거래 관련 지급결제에 대한 규정은 또 따로 다른 법에 둬야 한다"며 "그럴 바에야 전체 지급결제 시스템 규정을 포괄할 수 있는 한국은행법에 전자금융 지급결제를 포함한 전체 지급결제 규제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금융위가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기관에 대한 '감독'을 시도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논문에서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관리(규제)는 투명성·건전성보다는 안정성·효율성이 우선"이라며 "영리 목적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확보와 불공정 영업행위 규제를 목적으로 '감독'이 요구되지만, 결제시스템과 그 운영기관에 대해서는 시스템 위험의 조기 발견과 위험확산 방지, 효율적 자금이동을 위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감시의 주체도 한은이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거액결제시스템의 운영기관인 중앙은행이 소액결제시스템과 그 운영기관에 대한 감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는 감독 권한의 확대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의 기본 골격을 흔들어 지급결제제도의 효율성과 금융안정에 위해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감독 권한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핀테크·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를 의무적으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의 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정 교수는 "금융위가 이전부터 금융결제원(현재 한은 관할)에 대한 감독권 등을 가지려 한 것 같은데, 디지털 관련 금융 제도를 만들면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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