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장관 지명자 부티지지…5년 전 신문칼럼 통해 커밍아웃
성소수자의 대변자…게이 시장·대선후보·경선승리 새 역사
"업무에 성정체성 영향 없다"…'평등한 미국' 재건에 도움될까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미국 내 성소수자 위상에 대한 역사를 새로 써가는 인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부티지지 전 시장을 지명한 데에도 미국 민주당이 지향하는 다양성 포용과 소수자 존중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전통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공개적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 장관으로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된다.
성 소수자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 캠페인'(HRC)의 알폰소 데이비드 회장은 "성 소수자 커뮤니티의 대변자로서 그의 목소리는 바이든 당선인이 국가를 더 강하고 평등하게 재건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한 이 같은 인식과 평가는 그의 이력을 살펴볼 때 쉽게 이해된다.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낸 부티지지는 임기 4년 차이던 2015년 지역신문 '사우스벤드 트리뷴'에 칼럼을 싣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당시 칼럼에서 "내가 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인정할 준비가 됐을 때 나는 이미 성인(어른)이었다"라면서 "내 머리가 갈색인 것처럼 성 정체성이 나 자신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이기까지 수년간의 갈등과 성장이 필요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성 정체성은 내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다루고 회의를 주관하거나 채용을 하는 등 (사우스벤드 시장으로서) 업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게이 시장이 당당히 전면에 나서면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지역 공동체에 자신들을 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커밍아웃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칼럼이 게재됨으로써 부티지지는 인디애나주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이 됐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올해 대선에 도전하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최초의 동성애자 후보로 거듭났다.
그는 나아가 연초 아이오와 코커스(미국대선 당내 예비경선)에서 1위에 올라 경선에서 승리한 최초의 동성애자 후보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성 소수자로서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는 등 경선에서 초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중도하차했다.
다만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성소수자 권리 신장을 비롯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포용해줄 것으로 기대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했다.
중도성향으로 꼽히는 그는 자신과 스펙트럼이 유사한 온건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의 영혼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지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티지지 전 시장이 자신의 작고한 큰아들 보 바이든을 연상시킨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대선이 끝난 뒤 부티지지 전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에 합류할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돼왔으며 보훈부 장관과 주중대사 하마평에도 올랐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티지지는 일자리와 인프라, 공정, 그리고 기후 도전과제들을 맡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부티지지 지명자는 트윗을 통해 "영광"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 도전과제를 맞닥뜨리고 모두를 위한 공정을 향상할 엄청난 기회의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관으로서 일상 업무를 집행하는 데에도 성정체성은 머리색깔만큼이나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는 게 두 인물의 기본적 공감대인 셈이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