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메디톡스·대웅,美ITC 판결에 둘다 "우리가 승리"

입력 2020-12-17 09:01   수정 2020-12-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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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분쟁' 메디톡스·대웅,美ITC 판결에 둘다 "우리가 승리"
ITC 위원회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은 아냐"
메디톡스 "영업비밀 인정 안 됐지만, 균주 도용 입증…대환영"
대웅제약 "영업비밀 인정 안 돼 예비결정 뒤집은 것…사실상 승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6일(현지시간) 내린 최종판결을 두고 각각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미국 ITC 위원회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ITC 위원회는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두고 두 회사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로는 인정 안 됐으나 도용 혐의가 입증됐다는 데 주목하는 반면 대웅제약은 이제 더는 균주는 시비 대상이 아니라고 나왔다며 사실상 승리라고 보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미용성형 시술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서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 메디톡스 "영업비밀 인정 안 됐지만, 도용 혐의 입증"
메디톡스는 ITC 최종판결로 대웅제약의 '유죄'가 확정됐다고 강조한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게 입증됐으므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ITC 위원회는 최종판결에서 예비판결과 마찬가지로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 도용 혐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아 규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비판결에서 나보타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기한이 10년이었다가 최종판결에서 21개월로 단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ITC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은 것보다 도용 혐의가 인정됐다는 점이 크다고 봤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은 건, 마치 집에 '가보'로 여겨지는 냉장고가 있었는데, 이걸 훔쳐 간 건 인정하지만 가보인지에 대해서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훔쳐 갔다는 점이 인정됐으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100점은 아니어도 95점짜리 판결이므로 대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디톡스는 이번 ITC 최종 판결이 국내에서 벌이는 민·형사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용이 입증된 만큼 규제당국 역시 관련 조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웅제약 "균주는 더는 시비 대상 아냐…사실상 승리"
대웅제약은 ITC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균주는 더는 시빗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웅제약에서는 ITC 위원회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해 예비판결을 뒤집었으므로 "사실상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되느냐가 ITC 소송의 관건이었다"며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은 만큼 항소 등을 통해 최종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ITC 위원회의 21개월의 수입금지 역시 제조공정 기술과 관련해 예비판결에서의 잘못된 판단을 일부 수용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 공정은 이미 논문 등으로 널리 공개돼 있을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의 공정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ITC의 21개월 나보타 수입 금지 명령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방침이다.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판결 전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ITC 최종판결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며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자체 개발했음이 명백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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