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임기 만료되면 자동폐기…상임위 정식 안건으로도 못 다뤄져
신속 처리된 한미동맹 결의안과 대비…종전선언 공감대 부족이 원인 지적
새 하원서 다시 발의 전망…"영향력있는 중도·중진의원 공동 발의 필요" 의견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하원에 발의된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이 하원의 임기 종료로 결국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일 선거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들이 다음달 3일 임기를 시작하며 새 의회가 출범하면 이전 회기의 법안이나 결의안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은 지난해 2월 2차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한반도의 최종적인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미 행정부에 촉구하는 내용과, 당사자 간 상호적 조치와 신뢰구축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거나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의안에는 52명이 서명해 통과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그레고리 믹스 의원을 포함해 주디 추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의장,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의원들도 동참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하원 본회의 문턱은 커녕 외교위의 정식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못한 채 사장될 운명에 처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 의회의 공감대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구로서 종전선언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하원에서 처리된 한미동맹 결의안 2건이 종전선언 결의안보다 1년 이상 늦은 지난 6월 발의됐음에도 지난달 하원을 무난히 통과한 것과 대비된다. 두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각각 33명, 6명으로 종전선언 결의안보다 적었다.
미 의회가 한미동맹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의를 표시하는데 적극적인 반면 종전선언의 경우 아직은 저변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종전선언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 51명이지만 공화당 소속은 앤디 빅스 의원 1명에 그쳐 초당적 인식을 가진 사안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종전선언 결의안을 발의한 카나 의원이 강한 진보 성향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의회 내 진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대표적 인사로 분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 보수 성향 의원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일례로 한미동맹 결의안을 발의했던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은 외교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시아태평양소위의 위원장을, 테드 요호 공화당 의원은 공화당 간사를 맡아 대표성이 있는 인물로 통한다.
또 다른 한미동맹 결의안을 발의한 톰 스워지 민주당 하원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불린다.
종전선언 결의안은 새 의회가 출범하면 다시 한번 발의될 전망이다. 카나 의원은 다음 회기 때 신속하게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발의될 결의안의 운명은 향후 북미 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나 남북관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미 의회에서 결의안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새 의회 출범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초반과 맞물린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도발에 나서 북미관계가 급랭하거나, 비핵화 진전의 특별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한다면 의회가 이를 적극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종전선언 서명운동에 뛰어들었던 한인 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초기 진보계 하원 의원들의 서명 이후 동포사회의 노력으로 영향력있는 중도, 중진 의원들의 서명을 이끌었지만 폐기 운명이라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나 결의안은 발의한 의원의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발의만 해놓고 크게 노력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앞으로 외교 안보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초당적 영향력을 갖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토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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