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ITC 소송 종결…LG·SK 배터리 소송에 영향 줄까

입력 2020-12-17 15:56   수정 2020-12-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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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분쟁 ITC 소송 종결…LG·SK 배터리 소송에 영향 줄까
메디톡스-대웅제약, 예비결정대로 메디톡스 이겼지만 제재 수위 낮아져
LG측 "예비결정 뒤집힌 적 없다" vs SK측 "결과 달라질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069620]이 벌인 보톡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과가 17일 나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ITC는 예비결정과 마찬가지로 메디톡스의 승소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 예비결정 때 10년이었던 대웅제약 수입 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메디톡스가 승소하긴 했으나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짐에 따라 메디톡스의 말끔한 승리는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각각 업종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국내 기업들이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 벌인 데다 소송 양상이 유사해 비슷한 사례로 회자됐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과 메디톡스가 ITC의 예비결정에서 승소해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로 소송이 진행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최종 결정은 3차례 연기돼 내년 2월 10일 예비결정대로 나올 예정이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최종 결정은 지난달 6일에서 두 차례 연기 끝에 이날 나왔다.
일정 연기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메디톡스는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 주된 이유로, 단순 일정 연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대웅제약은 ITC가 예비결정의 오류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느라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보며 예비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이날 최종 결정에서 ITC는 예비 결정 때와는 달리 주요 쟁점이었던 보톨리늄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 혐의는 인정해 예비결정 때 10년이었던 대웅제약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크게 단축했다.
결과를 두고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제약이 도용했다는 유죄가 확정됐다고 강조하지만, 대웅제약은 예비결정이 사실상 뒤집힌 결과로 자사가 승리한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TC는 소송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일부 문서를 삭제했고, 삭제 문서가 영업비밀 침해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LG 손을 들어주는 예비 결정을 지난 2월 내렸다.

다만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제기를 수용해 재검토를 결정했으며, 최종 결정이 3차례 연기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예비 결정 결과가 최종에서 바뀐 전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과 덴마크 의료기기 업체가 벌인 특허침해 소송에서 예비 결정을 뒤집는 최종 결정이 나오는 등 일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예비결정이 최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2010년 이후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18건이었고, 이중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나온 건은 6건이었다. 6건 중 5건이 패소한 측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으나 5건 모두 수입금지 조치가 뒤집히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결정대로 승소할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예비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최종 결과가 나오더라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처럼 '아전인수' 해석을 하며 공방을 계속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과 대웅제약은 ITC 최종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메디톡스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소송 약 600건 중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간 특허 침해 소송이 유일하고, 영업비밀 침해 관련 거부권 행사 전례는 없다.

업계에서는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은 영업비밀 범위가 더욱 넓고 ITC가 SK의 증거인멸을 인정한 만큼 수입금지 조치를 포함하는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에게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ITC가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처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LG가 승소하더라도 결정 내용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며 공방이 장기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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