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항시도 12명 본토재판…"지미라이 보내라" 주장도
톈안먼 시위 추모단체는 "위험 줄이자" 지도부 규모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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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체포와 구속이 이어지면서 민주화 활동가들의 홍콩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해외에서 홍콩의 민주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도중에 잡힌 이들은 중국에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거나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17일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중국 본토처럼 홍콩에서도 임의로 체포·구금될 위험이 있다며 홍콩에 대한 '여행 재고' 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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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의원부터 청년 활동가까지 탈출
미국을 근거지로 활동해온 '위 더 홍콩어스'(We The Hongkongers)의 공동창업자 프랜시스 후이(21)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더 이상 홍콩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에머슨대 졸업생인 그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인 조슈아 웡(黃之鋒·24)이 2012년 만든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의 회원이었으며, 지난해 4월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에머슨대 학생신문에 날선 글들을 발표하며 시위를 지원했다.
그가 쓴 "나는 중국이 아니라 홍콩에서 왔다"는 글은 당시 많은 친중파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후이는 몇 달 전 친구들로부터 자신이 정치적 기소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은 후 해외로 떠나는 것에 대해 고민해왔고 결국 홍콩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홍콩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한 대가로 중국에 구금돼 있거나 구속되고 체포된, 다른 많은 동포들을 생각할 때 너무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홍콩에 정의가 돌아올 때까지 해외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망명한 반중 활동가들이 결성한 단체인 헤븐 어시스턴스는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34) 전 입법회 의원이 정치적 박해에 직면해 이달 1일 미국에 도착했으며 망명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렁 전 의원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만나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중국을 더 압박해달라고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불법집회 선동·의회소란 등 9개 혐의로 기소된 테드 후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기후변화 회의 참석 차 출장을 간 덴마크에서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후 영국으로 향했다. 그는 현지에서 망명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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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 실패한 이들은 중국서 재판받거나 홍콩보안법 위반 기소
탈출에 실패한 이들은 가혹한 상황에 처해진다.
지난 8월 대만으로 망명하기 위해 밀항하다 붙잡힌 청년 활동가 12명은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중국 선전시 옌톈(鹽田)구 검찰원은 지난 18일 12명 중 10명을 불법월경 조직과 불법월경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나머지 2명은 미성년자라 추후 비공개 심리를 거쳐 처분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검찰 측은 덧붙였다.
이들 중 11명은 작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해 홍콩에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해있었다고 홍콩 매체들은 전했다.
19세의 학생 운동가 토니 청(鍾翰林)은 지난달 29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맞은편 커피숍에서 경찰 내 홍콩보안법 관련 사건 전담조직인 국가안보처에 의해 체포됐다. 홍콩 언론은 그가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그에게는 홍콩보안법 중 국가 분열죄가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역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73)도 중국 본토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친중 매체인 대공보는 지난 16일 라이를 중국 본토로 보내 재판해야 한다는 한 학자의 기고를 실었다.
이 학자는 홍콩보안법 제55조 규정에 따르면 국가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홍콩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가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라이를 중국에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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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홍콩의 톈안먼(天安門) 시위 추모 단체는 지난 16일 "홍콩보안법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도부 인원을 20명에서 14명으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우리가 직면할 위험이 증가하는 데 대응하는 전략으로 지도부를 축소했으며, 이에 따라 당국이 우리를 탄압해도 우리는 전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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