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농축시설 알려졌지만 '핵생산 부품 제조' 역할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북한의 강선 핵시설이 기존에 알려진 우라늄 농축보다 핵물질 생산을 위한 부품 제조 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돼 실제 용도에 관심이 쏠린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18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실은 글에서 강선 시설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등 부품을 제조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알려진 강선 시설의 성격과 차이가 난다. 평양 외곽의 천리마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지는 강선 단지는 북한의 대표적 핵 개발 단지인 영변 이외의 주요 시설로 거론돼왔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강선에 원심분리기 수천 대가 있으며 수년간 가동돼 상당한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지난해 추정했다.
강선은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주목받았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핵 개발의 심장으로 통하는 영변 폐기를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시설 폐기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한 '영변 + α' 중의 하나가 강선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영변은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췄으며 핵연료 생산부터 재처리를 통한 핵물질 생산까지 광범위한 과정이 이뤄진다.
그러나 미국은 1960년대부터 개발돼 노후화한 영변보다 이후 가동된 새 시설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핵 시설은 영변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등 2곳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것(북한 핵시설)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작년 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은 핵시설 1∼2곳만 폐기하기를 원했다면서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2곳은 영변과 풍계리이며 나머지는 강선 등 영변 이외 시설일 공산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추정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의 장소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강선 시설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강선이 은밀한 농축 시설일 수 있지만, 농축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높이 신뢰하기 힘든 현상도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보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강선에서 우라늄을 농축한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면서도 그 증거가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강선은 농축 시설의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IAEA는 강선이 우라늄 농축 시설의 일부 특성을 보이지만, 북한이 2009년 IAEA 조사관을 추방해 이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강선 시설을 둘러싼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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