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연설서 "공산당 공격·내정간섭·기업 제재 중단" 요구
바이든 승리 후, 미중관계 관련 中 관리 발언으로는 가장 상세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과 미국이 최악으로 치달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말했다.
왕 부장은 18일 저녁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9일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그는 "양국이 대화를 재개하고, 올바른 궤도로 복귀하며, 상호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면서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미중 관계가 나선형으로 미끄러져 수교 41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객관과 이성을 가능한 한 빨리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양국이 서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에 잠재적인 협력 분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경제회복 등 3가지를 꼽았다.
왕 부장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비자를 제한하고 홍콩 탄압을 이유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하는 등 반(反)중국 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중국 정부 관리의 발언으로는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한 이후 미중 관계를 놓고 가장 상세한 것으로 꼽힌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을 1개월 앞두고 있다.
왕 부장은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오판을 했다면서 양국 관계를 더 악화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경고했다.
또 미국 일부 정객의 중국 공산당 공격은 14억 중국 인민에 대한 공격으로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을 개조하거나 전복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는 대만과 홍콩, 신장(新疆)과 티베트 등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중국은 독립적인 주권국으로서 당연히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 안보 개념을 무턱대고 적용해 중국 기업을 불합리하게 탄압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왕 부장은 미중 양국 간에는 폭넓은 공동 이익이 있다면서 "중국은 현재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립 관계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아태 지역에서 미국은 동맹이, 중국은 파트너가 있다며 공동의 친구들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아태 지역 내 중국의 영향에 관해 적대적으로 보지 말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하지 말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영유권 분쟁지인 남중국해 문제에는 양측이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왕 부장은 중국과 호주 관계가 첨예하게 악화한 상황에서 호주에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호주는 중국이 과연 위협인지 파트너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2018년 호주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했을 때부터 삐걱거렸다. 올해 호주가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한 이후 더 악화했는데 중국은 와인에서 석탄까지 각종 호주산 제품의 수입을 잇따라 제한하고 있다.
왕 부장은 "우리는 중국과 호주 관계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발전 궤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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