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상 만기 시 비과세' ISA 활용 가능성…내년 세법 개정안 반영할 듯
시장 왜곡·고소득자 수혜 쏠림 지적도…"세제 외 다른 혜택도 포함해 검토"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정부가 주식 장기 투자에 대한 혜택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관련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종목·계좌별로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 거론되는 가운데 관련 내용은 이르면 내년 세법 개정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오는 2023년 주식 양도소득 과세(금융투자소득세) 전면 시행에 대비해 일정 기간 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세제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관련 제도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위한 세제 개편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주식 장기 투자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장기적으로 방향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주식 양도소득 과세를 2023년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관련 시행령이나 이런 것들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금융회사 등도 이에 대비해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관련 세제 혜택은 거래세보다는 양도세에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법 개정에 따라 증권거래세 세율은 내년 0.02%포인트, 2023년 0.08%포인트 인하해 최종적으로 0.15%까지 낮춰질 예정이다.
양도세의 경우 크게 종목별·계좌별로 혜택을 주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우선 종목별로는 투자자가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할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우대 세율을 적용하거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혹은 계좌별로 투자자가 특정 계좌의 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지·운용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예컨대 장기 보유 기간이 3년이라고 가정할 때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1년간 보유한 뒤 처분하고 이 자금으로 다시 현대차 주식을 매수해 2년간 보유하면 이 경우에도 혜택을 주는 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목별·계좌별 인센티브 방식이 모두 검토되는 걸로 안다"면서 "단순히 특정 종목에 장기 투자를 하는지보다는 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을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사안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세제 혜택에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ISA는 계좌 내에 들어있는 다양한 상품의 손익을 통산해 만기 인출 시 200만원(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 내년부터는 상장 주식도 ISA 계좌에 담을 수 있다.
만기는 3년 이상 범위에서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ISA에 상장 주식이 포함되면서 간접적으로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ISA를 활용한다면 여기서 추가로 비과세 금액을 늘리거나 납입 한도를 늘리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장기 자본 이득에 대해 우대세율을 따로 적용하진 않지만, 주식 양도 차익 등 ISA 계좌에서 발생하는 모든 순이익에 대해 5년간 비과세하는 세제지원 제도를 운용한다. 비과세 금액 한도는 없다.
다만 장기투자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성 자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식 장기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은 인위적으로 투자 행태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기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도입돼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나 일반적인 근로소득자는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납세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단순히 세제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장기 투자 장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연 5천만원 이상 주식투자이익 과세 대상은 15만명(주식투자자 상위 2.5%)에 그친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로 장기투자에 혜택을 준다면 양도소득 과세 대상 외 다른 투자자들한테는, 최소한 소득 과세 측면에서는 혜택이 없을 것"이라며 "꼭 세제에 국한되지 않고 장기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안이 있을지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도 시행 필요성을 포함해 여러 방향을 검토해보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자산가들이 세제 혜택을 챙겨갈 가능성에 대비해 납입 규모에 일정 수준 제한을 두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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