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비번 경찰관이 말다툼 중 이웃 모자 총기 살해 '시끌'

입력 2020-12-22 10:39  

필리핀서 비번 경찰관이 말다툼 중 이웃 모자 총기 살해 '시끌'
어린 딸 앞에서 범행…두테르테 "경찰 업무 중 아냐…옹호 안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필리핀에서 비번인 경찰관이 말다툼 도중 총기로 이웃집 모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데 대통령이 밀어붙인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빈발한 '초법적 처형'의 부작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22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수도 마닐라 북부 탈락주의 한 마을에서 지난 20일 오후 발생했다.
호넬 누에스카 경사가 이웃인 소냐 그레고리오(52) 및 아들인 프랭크 안토니오(25)가 사는 집에 들이닥쳤다. 프랭크가 폭죽을 터뜨리며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였다.
누에스카 경사는 프랭크를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이 과정에서 양 측간 오랜 토지 분쟁 때문에 언쟁은 더 격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모자의 친척들도 나서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누에스카 경사의 어린 딸까지 말다툼 상황에 끼어들면서 상황이 악화했고, 결국 누에스카는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이들 모자의 머리에 차례로 총을 발사했다.
당시 주위에 있던 이들 중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총격 장면을 촬영한 뒤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이번 사건이 공론화됐다.
누에스카는 사건 수 시간 뒤 경찰에 자수했다.
사건 다음 날부터 필리핀의 트위터 등에서는 '경찰의 만행을 멈춰라', '두테르테를 축출하라' 등의 해시태그(#)가 널리 퍼졌다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SNS 등에서는 이번 사건이 두테르테 취임 이후 부쩍 늘어난 경찰관들의 초법적 처형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두테르데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밀어붙이면서 "인권은 신경 쓰지 않는다. 위협하면 먼저 쏴 죽이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등의 발언을 자주 해 인권단체 등의 비판을 받았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취임 이후인 2016년 7월부터 재판 없이 사살된 '초법적 처형' 등으로 사망자가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주례 TV 연설에서 누에스카 경사의 살인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그는 업무 도중 일어난 경찰의 직권 남용 비판을 종종 옹호하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용의자가 근무 중이 아닌 만큼 사안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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