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변동 전체 수출 단기영향은 약화…"경기변동에 더 민감"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22일 중소기업에 집중해 환변동 위험관리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환변동 위험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정부 간담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환헤지(foreign exchange hedge, 환율 변동에 다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무역협회 회원사 중 8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의 69.1%와 중소기업의 72.2%가 환헤지 비율이 0∼20%로 낮은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은 환헤지 비율이 0∼20%라는 응답이 31.1%, 20∼40%가 28.9%였고 80% 이상인 경우도 17.8%로 비교적 높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높은 업종들의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업종에는 장비, 기계, 전자, 섬유 등이 포함된다. 조사 결과 원화 10% 절상에 따른 영업이익률 변동이 큰 업종은 수송장비(-3.8%p), 일반기계(-2.5%p), 정밀기기(-2.4%p), 전기·전자(-2.3%p) 등 순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환변동 위험에 취약하다는 두 연구원의 공통된 의견을 반영해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 방안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변동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2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출물량의 환율 탄력성은 -0.22로 조사됐다. 이는 원화의 실질가치가 1% 상승할 때 수출물량이 0.22% 감소한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보다는 세계 경기 변동이 주요 변수가 되면서 환율 탄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20년간 글로벌 경기변동에 대한 수출물량의 탄력성은 -0.83으로, 환율에 대한 탄력성(-0.22)보다 높았다.
연구원은 또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환변동에 대한 헤지 전략이 활성화하고, 수출 품목들의 품질 고도화로 인해 가격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환변동에 따른 영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10개년도의 수출과 환율 간 동조화 현상도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하락한 5개 년도는 모두 수출이 증가한 반면, 환율이 상승한 5개 년도는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환율보다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환율하락이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분석을 내놓았다.
수출 기업들이 메뉴비용(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 증가, 시장 지배력 약화 등을 우려해 환율변동분을 수출 단가에 즉시 반영하기보다는 영업 손익으로 자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원은 많은 수출 품목이 단기 변동에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등은 원자재(철광석·원유 등) 수입 비용이 하락해 달러 매출액 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선박은 1∼4년, 이차전지는 2년 이상으로 장기계약을 하고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은 세계 시장에서 비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다만 연구원은 환율하락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대부분 업종의 수출단가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과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장기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총수출은 3.4%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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