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떨어진 수의사 '원격 수술'…환경당국 "조심스레 낙관"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캐나다에서 머리에 화살이 꽂힌 채 살던 사슴이 한 사진작가와 환경 당국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야생동물 사진작가 리앤 카버는 지난주 자택 근처에 자주 나타나던 흰꼬리 사슴 '캐럿'의 머리가 화살에 관통된 것을 발견했다.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 숲속을 다니는 캐럿의 사진은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사진을 본 온타리오주 환경 당국은 이 화살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화살 제거 수술은 카버의 집에서 약 2천㎞ 떨어진 오타와에 있는 수의사의 전화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
지난 16일 1차 수술에서는 캐럿이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화살을 뽑는 데 실패했다.
환경 당국 관계자들은 이튿날 캐럿을 진정시킨 뒤 화살 제거에 성공했다.
수술 뒤 숲속으로 돌아간 캐럿은 며칠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버는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진 21일 새벽에 캐럿을 찾으려고 차를 몰고 나갔는데 동물 사체 근처에서 보이는 까마귀 수십 마리가 나무에 앉은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라며 "캐럿을 찾아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어 희망을 버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실의에 빠진 채 집으로 돌아온 카버는 이날 해가 뜬 뒤 집 주변 길가 숲을 활보하는 캐럿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은인'인 카버를 본 캐럿은 다가와 손을 핥기도 했다.
카버는 "캐럿은 우리 중 많은 사람을 어둠의 미로에서 끌어냈고 우리는 다시 행복을 찾았다"며 "캐럿은 진정한 올해의 사슴"이라고 말했다.
온타리오주 환경 당국은 21일 화살을 뽑은 상처 부위에 출혈은 없었으며 캐럿의 상태는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화살이 제거된 상처 부위에 압착이 생길 수 있고, 진정제가 사슴에게 종종 치명적일 수 있어서 완전한 회복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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