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문서 공개…G7, 일본 반대로 중국 새 제재 보류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때 주요 7개국(G7)에 의한 중국 공동 제재에 반대했다고 교도통신이 23일 공개된 일본 외교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톈안먼 사건 발생 당일인 1989년 6월 4일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은 유리한 계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G7 중국 공동 제재를 거부할 방침을 굳혔다.
G7 정상회의는 그해 7월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일본을 제외한 G7 가맹국은 톈안먼 사태로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작성한 그해 6월 4일 자 '중국 정세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면 "중국에 대해 제재 조치를 공동으로 취하는 것에는 일본은 반대"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비판 수위에 대해서는 대중 관계 중시 관점에 따라 "한계가 있다"라는 판단도 담겼다.
다만, 중국 정부의 시위대 무력 탄압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용인할 수 없다"는 기술도 있다.
실제 그해 7월 7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준비 회의에서 일본은 대중 비난 선언의 채택에 대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실도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일본을 제외한 6개국은 비난 선언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수세에 몰린 일본은 중국의 고립화를 피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응한다는 방침으로 돌아섰다.
선언은 그해 7월 15일 G7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중국에 대한 새로운 공동 제재는 일본의 주장이 반영돼 보류됐다.
1989년 버블 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경제대국 일본은 톈안먼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약한 중국'이 향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것을 기대해 구미(歐美)의 압력으로부터 중국을 지키는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당시 중국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어, 중국의 발전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본은 중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모습을 보면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을 민주화로 이끌겠다는 일본의 외교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교도통신은 평가했다.
통신은 "중국이 공산당 독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과 패권을 다툴 정도로 강해진 현실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기밀 해제된 1만600여 쪽에 달하는 1987~1990년 작성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1991년 걸프전을 앞두고 미국이 1990년 11월 일본에 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일본이 헌법상 제약을 이유로 재정 지원만 하게 된 경위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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