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성탄절인 25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도시 볼로냐 인근에 있는 112 긴급전화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민간 경찰 역할을 병행하는 이탈리아군 헌병(카라비니에리)이 운영하는 112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긴급 범죄 신고 등에 이용되는 전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발신자의 용건은 범죄와는 거리가 먼 부탁이었다.
그는 94살의 말라볼티 피오렌초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집에 혼자 있어 외롭다"면서 "단지 성탄절 건배를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여유가 있는 경관이 있다면 우리 집에 와서 10분만 함께 해달라"고 청했다.
사정을 들은 카라비니에니는 피오렌초씨의 요청을 묵살하지 않고 경관 2명을 그의 집에 보냈다.
경관들은 환한 얼굴로 피오렌초씨와 대화를 나누고 성탄 건배도 함께 했다고 현지 일간 '라 스탐파' 등이 전했다.
피오렌초씨는 경관들을 옆에 두고 친지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대부분 훈훈한 미담으로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홀로 사는 고령층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유럽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성탄절 연휴가 시작되는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적인 봉쇄를 도입했다.
이 기간 업무나 치료, 친지·가족 방문 등의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되고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비필수 업소도 문을 닫는다.
봉쇄 발표 당시 홀로 사는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생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5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9천37명, 사망자 수는 459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202만8천354명, 7만1천35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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