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정신의학회장 "펜데믹 통제되더라도 후유증 오래 지속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정신건강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영국 정신의학회장이 진단했다.
영국 의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우울·불안 증세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왕립정신의학회(RCP) 에이드리언 제임스 회장은 코로나19는 병 그자체와 사회·경제적 영향을 합쳐 영국인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펜데믹 사태는)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정신건강상의 충격일 것"이라면서 바이러스를 통제하게 되더라도 그 영향은 당분간 오래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왕립정신의학회 정신건강센터의 분석 결과 영국에서는 현재 총 1천만명 가량이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의 직접적 영향으로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 등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던 130만명이 현재 보통 또는 중증의 불안증세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고, 180만명은 보통 또는 중증의 우울증으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1천만명이라는 숫자에는 코로나19로 가족이 입원 또는 사망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엄격한 방역조치로 인해 불안증이나 우울증 위험에 처한 어린이 150만명도 포함됐다.
영국 정신의학계에 따르면 펜데믹 사태 초기에는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면서 정신건강 진료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가 최근 다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가 숨지더라도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해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악의 경기침체가 길게 이어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중증의 코로나19 증세를 겪다가 회복한 사람들 역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봄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던 사람 다섯 명 중의 한 명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펜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장애인이나 요양원 거주 노인, 흑인이나 아시아 출신 등 소수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제임스 회장은 정신건강 진료·치료 시스템을 확충하는 한편 접근성을 높이고 재정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현재 7만752명이며 누적 확진자는 228만8천345명이다. 최근에는 전파력이 더 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돼 영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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