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親트럼프 중진 그레이엄, 플로리다 골프장 날아가 '그린 위 설득'
트럼프 서명 심경변화 막전막후…"열성 지지층에 '내가 있다' 메시지 발신은 성공"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에 서명하는 쪽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물밑에서 '광란의 설득작전'이 긴박하게 전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친(親)트럼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총대를 메고 트럼프 대통령이 성탄절 연휴 기간 머문 플로리다로 날아가 '그린 위 설득'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골프장에서의 하루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트럼프의 마음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막전막후를 소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초당적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대해 지난 22일 영상메시지를 통해 "정말로 수치"라며 제동을 걸면서 의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WP에 따르면 공화당 핵심 인사들도 '멘붕'에 빠진 가운데 대통령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설득시킬 '심기경호'의 임무가 그레이엄 의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레이엄 의원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던 플로리다 웨스트팜 비치의 골프장으로 달려가 사흘간의 설득전에 돌입했다.
WP는 "광란의(frantic) 설득작전이 성탄절날 플로리다 웨스트팜의 그린과 페어웨이에서 정점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우리는 한 샷 치고 나서 전화를 받고 또 한 샷 치고 나서 전화를 받곤 했다. 한 샷 치고 나서 무엇이 좋은 합의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골프 회동을 통해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대 불만사항은 개인별 지원금 600달러(약 66만원)가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점과 소셜플랫폼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와 관련해 운영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를 위해 의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 출구찾기로 모색된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필요한 항목' 삭감을 의회에 요청하는 '폐지 패키지 법안'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이었다. 롭 포트먼(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의 아이디어였다.
이에 따르면 의회에서 삭감을 거부하더라도 대통령이 45일간 관련 예산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해당 자금이 집행되지 않게 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일부 항목들에 대한 삭제를 담은 삭감안을 의회에 다시 보낼 것이라면서 '승리'를 선언하며 경기부양책 및 예산안에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핵심 인사들도 '원격'으로 움직이며 전방위 설득 전에 가세, 거의 완벽한 '항복'을 끌어냈다고 WP가 전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기 부양안을 맹폭하는 '폭탄 영상'을 올렸을 때 다친 팔꿈치 수술을 위해 마취하려던 찰나였다.
그는 팔에 깁스를 한 채 집에 머물며 코로나19 부양책을 통해 확보한 정치적 승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기시키면서 대통령의 남은 우려를 해소할 방법을 찾는 데 매진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동안 멕시코에서 연휴를 보내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고 협상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 등에게 부양책과 관련, 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레이엄과 보낸 '성탄 여행'이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한 고위 행정부 당국자가 WP에 전했다.
이 당국자는 무슨 일이든 트럼프 대통령과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기회는 골프장에 함께 나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린지가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에서 (개인 지원금을 상향조정한 법안 등을) 표결을 할 것이라는 약속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 사항'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첨삭 요청안에 대해 의회가 거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하원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대로 개인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일 인당 2천 달러(219만 원)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 표결에서 그 가결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키'를 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크리스마스 연휴 여권의 이러한 물밑 노력과 거리를 둬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실제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곤란하게 한다는 점과 열성적 트럼프 지지층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점에서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지원금에 대한 상향 조정을 요구함으로써 "잊지 말아라. 내가 여기 있다. 내가 당신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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