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 "14세 전 전자담배 시작하면 더 위험…조기 개입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전자담배를 사용할 경우 집중력 또는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생기는 '의식혼탁'(mental fog)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14세 전에 전자담배를 시작하면 그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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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체스터대 의학센터(URMC) 둥메이 리 교수팀은 4일 전국 청소년 담배 조사에 참여한 중·고교생 1만8천535명의 응답과 성인 88만6천603을 대상으로 한 행동 위험요인 조사(2016~2017) 결과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두 조사는 모두 흡연과 전자담배 사용 여부, 기억력과 주의력, 정신 기능 등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담배 유발 질병'(Tobacco Induced Diseases)과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자담배와 의식혼탁 간 연관성이 동물에서 확인된 적이 있으나 사람에게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결과는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의 안전한 대체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조사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담배를 피우거나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은 모두 정신기능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혼탁 현상 비율은 담배와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 담배만 피우는 사람과 전자담배만 피우는 사람 사이에 의식혼탁 비율의 차이는 없었다.
특히 청소년 조사에서는 전자담배를 13세 이전에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14세 이후 시작한 사람보다 집중력과 기억력, 결정력 등이 떨어질 위험이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리 교수는 "최근 10대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느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연구 결과는 매우 우려스럽고 이 문제에 조기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면서 "중·고교에서 (전자담배)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청소년기는 뇌발달, 특히 고차원 정신기능 형성에 중요한 시기이며 10대가 니코틴에 의한 뇌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면서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니코틴양은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연구는 전자담배 사용과 정신기능 저하 간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명확지 않다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청소년과 성인에 대한 추적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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