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에 "고문당한 X레이 증거 대라"…정치권 일제히 성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자행된 고문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날 지지자들과 대화하는 도중 군사정권에 의해 고문당한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들은 호세프가 고문을 당해 턱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우리가 골절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X레이 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하며, 나는 지금도 X레이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세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군사독재 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주화 세력 전체를 모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비난을 샀다.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보우소나루를 비판했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호세프는 보우소나루가 결코 가져본 적이 없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보우소나루는 인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고문은 인간성을 짓밟는 행위이며, 호세프 전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가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이 한창이던 1970년에 체포됐으며 고문의 직접 피해자이기도 하다.
군사정권은 1979년 사면법을 제정해 군사정권 시기에 일어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처벌을 금지했고, 연방대법원은 2010년 사면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브라질변호사협회와 미주기구(OAS) 인권위원회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후 호세프 전 대통령은 2012년 5월 국가진실위원회를 설치했고, 진실위는 2014년 말 군사정권 시절 인권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감했다.
당시 진실위는 인권범죄 희생자 434명과 인권범죄에 연루된 377명의 명단을 발표했으며, 인권단체와 법조계는 인권범죄 연루자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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