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접종에 거의 10년 소요 전망…변이 바이러스 출현에도 보급 더딘걸음
바이든 행정부 '발등의 불' …"생산량 부족·초저온 유통·소통 불분명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한 가운데, 정작 백신 보급 속도는 발병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 등은 29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를 인용, 전날까지 배포된 코로나19 백신이 약 1천145만 도즈(도즈는 1회 접종분)이며,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212만7천여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목표치의 10%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올해 말까지 2천만명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치로 잡았다.
미 감염병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200만명은 목표했던 지점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접종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지금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면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이 목표하는 것처럼 미국 전체 인구 약 3억3천만 명의 80%가 접종을 마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린다고 미국 NBC 뉴스는 지적했다.
미국 공중보건학회(APHA)의 조지스 벤저민 박사는 백신 생산량이 부족하고, 초저온 배송에 익숙하지 않으며, 인프라와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졌다고 분석했다.
벤저민 박사는 연방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 권한을 활용해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공감대를 넓히려면 소통을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팬데믹 조기 종식을 새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도 백신의 차질 없는 보급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배포가 계획보다 훨씬 뒤처지고 있다"고 일갈하면서 "현재 속도라면 미국 국민이 모두 백신을 맞기까지 몇 개월이 아니라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신 접종 속도를 5∼6배 높여 일일 100만 명, 취임 후 100일까지 1억 명이 접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다만 행정부 관리들은 백신 접종이 제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CDC가 발표한 통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통계와 현실 사이에 시차가 있다"면서 "CDC는 통계를 매주 월, 수, 금요일에 발표하는 데다, 배포된 백신이 접종되기까지 72시간가량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보급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기대한 만큼 보급이 이뤄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초고속 작전'의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마이클 프랫은 "초고속 작전은 본궤도에 올랐으며 올해 말까지 백신 4천만 도즈를 확보하고 2천만 도즈를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 동안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하루 평균 11만8천 명이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신규 확진자는 하루에 20만 명씩 나오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3천354명으로, 9·11테러 당시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이다.
특히 이날 콜로라도주에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미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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