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주인에게 접근하자 총알처럼 달려들어
자기 몸집보다 2배나 컸지만 용감하게 싸워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러시아에서 반려견이 어린 주인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집의 2배가 넘는 늑대와 용감하게 싸우다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1일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우랄계 민족이 많이 사는 러시아 북부 코미공화국의 한 마을에서 예멜리얀(10)이라는 소년은 최근 커다란 늑대가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집 근처 숲에서 형제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인근 가정집의 CCTV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예멜리얀이 눈 더미 속으로 숨을 때 늑대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고, 근처에 있던 잭 러셀 품종의 반려견 제시가 이를 보고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
놀란 늑대는 급히 도망쳤지만 이내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덩치에서 열세인 제시가 늑대에게 일방적으로 물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들렸다.
예멜리얀은 제시의 울음소리를 듣고 얼른 현장을 피해 아버지인 루슬란에게 알렸고, 루슬란은 이웃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늑대를 쫓았다.
이미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범벅이 된 제시는 늑대에게 목덜미를 물린 채 끌려가다 루슬란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구조됐으나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루슬란의 가족은 즉시 차를 몰고 200km나 떨어진 도시의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수의사는 더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진통제만 놓아주었고, 제시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떠났다.
루슬란은 "늑대는 우리가 쫓는 것을 알고 제시를 놔두고 달아났다"면서 "늑대들이 최근 민가로 내려와 개들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특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제시를 죽인 늑대의 사살을 허용했다.
dae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