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이후 여야 국회 각각 활동할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두 대통령'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혼란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 국회의 5년 임기가 끝나는 1월 5일 이후엔 여야가 각각 주도하는 '두 국회' 사태도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현 국회의 임기 연장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현 국회는 예정대로 1월 5일 물러나고, 지난 6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국회가 예정대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국회는 앞서 지난 26일 현 국회가 2021년에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국회는 '친정부 기관'인 대법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대법원 결정과 무관하게 임기 연장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월 5일 이후엔 야당 다수인 현 국회와 지난 선거에서 뽑힌 여당 다수 국회가 각각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1월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서구 국가들이 인정하는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공존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이어져 왔는데, 앞으로 국회도 똑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6일 국회 선거가 야당 보이콧 속에 반쪽으로 치러질 때부터 예견 가능했다.
5년 전 선거 이후 야당이 주도하게 된 국회는 지금까지 마두로 사회주의 정권이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국가기관이었다.
마두로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이 2019년 1월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미국 등 50개 이상의 나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도 국회의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가능했다.
국회와 과이도 의장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마두로 정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 승리와 국회 장악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이에 야당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불참을 선언했다.
여당은 야당 없이 치러진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하며 국회 다수를 차지했으나 야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과이도 의장을 지지해온 국가들은 일제히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서구 국가들의 변함없는 지지 표명에도 야권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마두로 정권의 탄압 속에 여러 야당 의원들이 망명자 신세가 되고, 의사당 출입도 막혀 공원에서 회의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공식' 임기가 끝나고 면책특권이 사라지면 더 많은 야권 인사들이 신변을 걱정해야 하고 한자리에 모여 회의하기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을 향해 "우리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1월 5일 합법적인 국회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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