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QNED' 명칭 신경전…삼성·LG 전쟁 또 벌어지나

입력 2021-01-02 09:00  

이번엔 'QNED' 명칭 신경전…삼성·LG 전쟁 또 벌어지나
2017년부터 '올레드-QLED' 논쟁, 이번엔 QNED까지 가세
상대 제품 분해하고 물 뿌리고…노골적 비방 전쟁史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TV 명칭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과거 양사의 '전쟁'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국내 양대 전자 기업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노골적인 갈등을 빚어, 이번에도 사태가 확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회사가 충돌하는 지점은 LG전자가 출시한 미니 LED TV인 'LG QNED'라는 명칭이다.
미니 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이면서 기존 LCD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제품으로, 최근 가전업계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TV 이전 단계로 일제히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11일 개막하는 국제전자박람회(CES 2021)에 앞서 지난해 말 미니 LED TV를 선공개하면서 그 명칭이 'QNED'라고 깜짝 발표했다.
LG전자는 QNED라는 명칭에 대해 퀀텀닷(Quantum dot)과 나노셀(Nanocell) 기술을 합친 새로운 색상 표현 기술을 적용한 미니 LED TV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퀀텀닷과 나노셀의 앞 글자인 Q, N과 LED를 합성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QNED라는 이름은 삼성전자의 LCD TV인 QLED와 철자가 한 글자만 다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QNED와 동일하다.
삼성은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를 자발광 소자로 쓰는 QNED를 개발하고 있다. QNED는 나노 무기물을 사용, 유기물을 사용하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알려져 있다.
삼성과 LG는 상표권을 출원하고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LG가 미니 LED TV를 'QNED'로 명명·발표하자 삼성의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이름을 LCD 기반 TV의 제품명으로 쓰는 것이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 측은 "아직 실제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타사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공식 대응은 삼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이번 작명이 삼성의 QLED TV에 대한 견제구라고 분석한다. 관련 공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전자는 2019년에는 삼성의 QLED TV 명칭과 8K 화질을 모두 저격하며 양사가 노골적인 싸움을 벌였다.
LG전자가 그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19'에서 "삼성의 QLED 8K TV는 표준규격상 8K가 아니다"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국내에서 언론을 상대로 시연회를 열고 삼성 QLED 8K를 전격 분해하며 삼성 8K 기술을 평가 절하했다.

삼성전자는 초반에는 대응을 삼가다가, LG전자가 시연회를 연 같은 날 오후 똑같이 언론 시연회를 열어 맞저격에 나섰다. 삼성은 "LG의 8K TV는 화면이 깨진 준비가 안된 TV"라면서 LG가 문제 삼는 규격은 화질 관련 척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같은달 LG전자는 "삼성 QLED TV는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입힌 제품인데 마치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한다"며 2019년 9월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LG전자가 근거없이 자사 제품을 비방한다며 맞신고하며 확전했다.
또한 LG전자는 삼성 QLED TV를 저격하는 내용의 광고 영상을, 삼성은 올레드 TV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번인(burn in·화면 잔상) 현상을 저격하는 광고 영상을 각각 올리는 노골적인 난타전을 벌였다.
지난해 6월 두 회사는 공정위 신고를 상호 취하했고, 광고 영상도 내렸다. 이후 몇 개월 간 잠잠하다가 이번 QNED 명칭을 두고 갈등이 재연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번 QNED 명칭 논란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의 QNED 기술이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며, 자사 제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해당 명칭을 쓴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몇 년 간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부딪혔다. 때로는 법적 소송전까지 벌였다.
2016년에는 LG전자의 일부 해외 매장에서 삼성전자 TV 브랜드 상표인 'SUHD'가 광고 용도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삼성이 LG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6년 전에는 2014년에는 일명 '세탁기 사태'가 벌어졌다.
IFA 2014가 열리던 시기에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베를린의 한 가전 매장에서 삼성 세탁기를 파손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이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LG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 했다.
2013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핵심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였다. 같은 해 삼성의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두고 공방도 있었다.
2012년에는 삼성이 자사와 LG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붓는 실험을 하는 동영상을 광고했다. 이로 인해 양사가 수백억원 규모의 쌍방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QNED 명칭 문제와 관련해 아직 표면적인 갈등은 없지만, 선례를 보면 두 회사가 또 다시 노골적인 비방전을 벌일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공방과 화해, 휴전을 반복하며 워낙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다"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물밑 신경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65일 내내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양대 가전회사의 이같은 갈등이 건전한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자에게는 결과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소모적인 공방은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지적도 많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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