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기업의 유동성이 악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이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자동차 업계의 기술·산업 변화가 현재진행형인 점을 고려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M&A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발생 이후인 작년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M&A는 120억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270억 달러) 대비 56% 감소했다. 투자 건수 기준으로는 415건에서 350건으로 16% 줄었다.
연구원은 이 같은 M&A 위축에 대해 주요 기업이 유동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지출이 필요한 M&A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코로나 확산으로 그동안 주목받던 산업 영역의 성장 가능성이 작아지는 등 분야별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 속에서도 연결성(Connectivity)과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등 미래차 트렌드로 꼽히는 'CASE' 기술 발전이 지속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변화 동인(動因)이 여전해 M&A는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최근 장기투자와 기술융합, 내재화를 염두에 둔 인수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등에서 단기 수익을 기대한 기업들이 힘을 잃은 대신 재정·기술적으로 장기 투자 여력을 가진 기업이 M&A를 시도하며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죽스를 인수한 것이나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이스라엘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현대차[005380]가 미국의 로봇 개발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기술간 융합에서 가능성을 엿보는 기업들이 이종(異種) 산업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해당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독일 배터리 조립업체인 ATW 오토메이션을 인수하기로 한 것처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는 핵심과 비핵심 사업을 선별, M&A를 통해 장기 경쟁력에 필수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전현주 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거대 기업들의 M&A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기업 간 경쟁 구도 변화에 따라 연쇄적인 M&A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자동차 M&A 활성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09∼2017년 주요국의 기술 M&A 건수는 미국 1만8천25건, 영국 2천888건, 일본 2천748건, 중국 2천173건 등인 데 비해 한국은 1천168건에 불과했다. M&A 건수가 적고 특히 기술 획득을 위한 M&A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산업을 선도하는 창의적 기술 개발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기회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M&A가 자동차 업계 체질 개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정보기술(IT)·통신 우수기업과의 기술 융합을 위한 이종 산업 M&A,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한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기업 간의 대형화 M&A, 기술력이 있으나 코로나로 저평가된 해외 스타트업 등을 인수하는 글로벌 M&A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연구원은 "컨설팅 제공 등 M&A를 고려 중인 기업을 적기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인센티브와 조건부 감세 등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M&A를 장려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