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본에서 연초에 열린 마라톤 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도(都)와 가나가와(神奈川)현 등 4개 광역단체장이 중앙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 선포를 요청할 정도로 수도권 지역의 감염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길거리에 수많은 응원객이 몰린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논란을 부른 대회는 일본 최고의 인기 대학 스포츠로 불리는 하코네에키덴(箱根驛傳·도쿄-하코네 간 왕복 대학 역전 경주).
올해로 97회째를 맞은 하코네에키덴은 도쿄와 하코네(가나가와현) 사이의 왕복 10개 구간(총 217.1㎞)을 이틀에 걸쳐 간토(關東)지역 대학교 21곳의 학생 선수가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릴레이 마라톤 경주다.
일본 최대 일간인 요미우리신문과 간토학생육상경기연맹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 이벤트는 2~3일 열렸다.
2일 오후에는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현, 지바(千葉)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4개 광역단체장이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을 만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에 대응해 긴급사태 발령을 신속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 대회여서 행사 주최 측은 길거리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대회 자체가 워낙 일본에선 인기가 높은 스포츠 행사이다 보니 선수가 달리는 코스 주변으로 응원객이 밀집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일부 응원객은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는 '턱스크' 모습으로 선수들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도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행사 주최 측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응원하고 싶으니까 응원하러 가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고 길거리 응원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일부 언론은 수도권 4개 광역단체장이 긴급사태 선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이었지만 밀집을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행사 주최 측의 움직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관련 뉴스가 게재된 인터넷 공간에는 거리로 나가 직접 응원에 나선 사람과 주최 측의 성의없는 대책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인터넷 이용자는 "도쿄와 가나가와현에서 감염자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며 주최 측의 무성의한 대응을 비판했고, 'rhg****'라는 ID 이용자는 "많은 국민이 자숙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라는 댓글로 분노를 표출했다.
인터넷 뉴스 매체인 제이캐스트(J-CAST)는 응원객의 밀집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최 측에 취재 요청을 했지만, 전화 취재는 모두 거부하고 이메일 취재 신청은 아예 받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