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EU보다 4개월 전 화이자백신 2배로 확보"
"책임자 중대한 실책…EU 백신쇼핑 잘못해" 분통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유럽연합(EU)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조기 확보가 미비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만약 미리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더라면, 접종을 지금보다 서둘러 끝내 추가적인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다.
3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과 디벨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7월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을 6억회분 확보했지만, EU는 지난해 11월에 고작 3억회분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EU의 확보분은 27개 회원국이 서로 나눠 가져야 하는 분량이다.
이중 독일은 이달 말까지 최대 1천300만회분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적은 분량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마인츠 구텐베르크대학 병원 신경과장이자 독일국립과학아카데미 레오폴디나 소속인 프라우케 집 전문의는 디벨트에 "현 상황은 책임자들의 중대한 실책의 결과"라며 "하루하루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인내를 하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여름에 위험을 무릅쓰고 더 많은 백신을 주문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바이오엔테크가 늦여름에 더 많은 백신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주문했다면 지금 훨씬 더 많이 접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름에 약 20유로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큐어백,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각각 1억회분씩 확보했더라면 10억 유로밖에 안 들었을 텐데 그러면 지금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지원하는 액수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빠르고 신속한 접종을 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는 이런 전략을 시행해 봄까지 주민의 대부분에게 백신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일이나 EU도 백신이 충분했으면 2∼3개월 이내에 인구의 60%에 백신접종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의 백신 확보는 다른 나라에서처럼 빠르고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EU가 독립적이지 않고, 각국이 공동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상황에서는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사회민주당(SPD) 보건전문가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며 "EU가 (백신)쇼핑을 잘못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폴커 비싱 독일 자유민주당(FDP) 사무총장은 "백신 조달과 관련한 비판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더 빨리 접종할 수 있는데 독일은 왜 이렇게 뒤처지는지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른트 릭싱어 좌파당 대표도 "EU가 얼마나 백신 주문을 조금 했는지 꽤 놀랍다"면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라이선스 생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SZ에 "초기에는 백신이 모든 구매자에게 모자란 수준이고, 11월에만 해도 어떤 백신이 가장 먼저 승인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던데다 다른 백신들도 곧 승인될 것"이라며 "유럽은 다 함께 백신 접종에 나서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개별국가가 별도로 백신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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