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직원도 택배 기사도…중국, 일부 백신 접종 스타트
일부는 "우린 실험대상…가족은 상황 보고 결정" 우려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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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국가를 믿는다", "국가를 믿어야 한다"
마트 직원도 식당 직원도 대답은 같았다. 사전에 입을 짜맞추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였다.
연합뉴스 기자가 4일 중국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국산 백신 무료 접종 현장에서 만난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자국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묻는 말에 '국가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중국은 새해 첫날부터 베이징과 산둥(山東)성 등지에서 중점그룹을 중심으로 중국 국유회사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마지막 날 시노팜 코로나 백신의 예방 효과가 79.34%에 달한다며 조건부 승인을 했으며 모든 국민에게 무료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찾은 차오양(朝陽)공원 내의 한 접종 장소는 철저한 통제 속에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백신 접종 예약자들을 태운 버스가 주차장과 접종 장소를 수시로 오갔다. 예약한 사람들의 입장만 허용했으며 접종 장소 앞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한 경비는 "매일 1천명이 백신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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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마친 사람들은 주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함께 차를 타고 일터로 돌아갔다.
대부분 마트나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전염원으로 강하게 의심하는 수입 냉동식품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상 증세를 호소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궈(郭)씨는 "백신 주사를 맞고 30분간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이 없어서 나왔다"면서 "보름 있다가 다시 와서 접종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2회에 걸쳐 접종한다.
건강 상태 문제로 백신 접종이 거부된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한 마트 직원은 "검사해봤더니 혈압이 높다고 해서 백신을 못 맞았다. 고혈압약 먹고 혈압이 내려가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루(盧)모씨는 "의사가 여기서 며칠간 3천명 넘게 맞았다고 그랬고 의료진부터 다 맞았을 텐데 안전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 식당 주방 종사자는 "국가를 믿는다.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국가를 믿는다"고 똑같이 대답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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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직장에서 접종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다고 전했다. 원하지 않으면 접종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받는다고 했다.
신청 절차를 거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그리 우려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였다.
다만 이들이 주변의 분위기를 전할 때는 백신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루(陸)모씨는 "주변에 겁이 난다고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맞으면 위험이 어떤지 보고 접종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밝힌 왕(王)모씨는 가족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백신 접종이 막 시작했으니 우리는 실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도 백신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감지된다.
한 이용자는 접종이 꺼려진다면서 "(실험용) 흰 쥐 같은 느낌"이라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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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는 220곳의 백신 접종 장소가 신속히 지정됐다. 당국은 1∼2일 이틀간 접종한 사람은 7만3천명이 넘고 이들 모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차오양구의 또 다른 접종 장소에서는 택배 운송 차량을 몰고 온 택배 기사들 여럿이 백신을 접종하러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중국은 콜드체인(저온 유통망), 세관, 의료, 신선식품 시장, 공공운송 등 종사자를 포함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중점그룹을 우선 접종한다고 밝혔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인 다음달 초까지 5천만명을 접종할 계획이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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