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원 5명 포함 인니·베트남·미얀마 선원 등 20명 승선
이란 "해양환경 오염" 이유로 나포…선사 측 "환경오염 없다" 반박
한국 정부, 이란에 조기 억류 해제 요청…청해부대 최영함 긴급 출동
(이스탄불·서울·부산=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한상용 정빛나 조정호 기자 =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이 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10시께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 조치는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선박에는 7천200t의 화학 물질이 실려 있었다"며 "선원들은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이며, 한국케미호는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선박의 나포는 호르무즈 주(州) 검찰과 해양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제시한 나포 사유에 반박했다.
디엠쉽핑에 따르면 한국케미의 선장은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며, 나포 해역은 선사 소속 배가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선사 관계자는 "해양 오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양 오염이 안되는 이유는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고 외부 충격이 없으면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3개월 전에 정밀 검사를 했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서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경 오염이든 뭐든 다 뒤지겠지만 하루 이내로 풀려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자기들 말대로 환경오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포) 명분이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사에 따르면 한국케미는 3일 오전 3시 30분께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로 향하던 중 나포됐다.
이 배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다.
한국 정부는 이란에 한국케미호와 선원의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한국시간) "우리 국적 선박(케미컬 운반선)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도 입장을 내고 "이란에 의한 우리 상선 억류 관련 상황 접수 직후,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외교부, 해수부 등 유관부서 및 다국적군(연합해군사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이동 중이며, 5일 오전 작전 해상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여러 차례 유조선 등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