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시장 과열인가"…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답했다

입력 2021-01-05 18:23  

"지금 주식시장 과열인가"…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코스피 지수가 5일 2,990선에 오르며 3,000 시대 개막을 눈앞에 뒀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15.4%(399.8포인트)나 급등한 수준이다.
이처럼 지수가 파죽지세로 상승하는 가운데 '과열'이라는 경계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증시 전문가와 은행 자산관리 전문가, 당국 관계자에게 "지금 주식시장이 과열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려면 기본적으로 주가 밴드를 놓고 따져봐야 한다. 미국·중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원화 절상 기조, 수출 개선세, 기업이익 증가세를 고려할 때 코스피가 3,200선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지수 수준이 과열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과열이란 적정 수준을 넘어가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감은 있어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조정에 따른 하단은 2,700선 정도로 보고 있다.

◇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폭은 가팔랐다. 그런데 이미 과열이라고 판단한 지표들을 벗어난 지 오래돼서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있다. 다른 쪽에서 과열이라고 얘기했던 게 2,600~2,700이었을 것인데 이제 3,000 가까이 왔다. 과열이라고 얘기하고 난 뒤에 상승 폭을 보면 그 놓친 기회비용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과열은 맞지만 과열이라서 조정이 바로 들어간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계속 과열인 상태로 한참 왔다. 지금 시장은 과거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잣대로 판단하기는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섰고 과열을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시점에서 과열이기 때문에 바로 조정이 나온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의 기준이 없다.

◇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밸류에이션 감안하면 당연히 과열이다. 어쨌든 현재 자산가치와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괴리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벌어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조정을 간다고 말하기 어렵다. 누구나 지금 자산 가격이 버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경기 회복 모멘텀이 굉장히 기대되고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그 회복 속도가 빨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전히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산 가격 버블 조짐들이 보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버블이 꺼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자산 가격 랠리에 다들 동참하는 국면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명히 과열이고 누구도 부인을 못하지만 당장 버블이 꺼진다고 어느 누구도 말하기는 어렵다. 모두 자산 버블 내지는 주식시장 랠리가 당분간 경기 모멘텀에 기반해서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고 결국 하반기로 가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구체화되거나 경기 모멘텀이 희석될 때 주식 시장은 본격 조정 내지는 박스권 장세를 맞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적어도 1분기만 놓고 보면 큰 조정의 빌미가 마련될 것 같지는 않고 주식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1월 이후의 장세만 놓고 보면 지나칠 정도의 급등세인 건 맞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건 맞다.

◇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단기적으로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른 나름의 이유가 있고 환경이 변화된 부분은 있다. 그런데 주가가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올라오는 속도에 비해서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과열로 판단하는 지표가 있다. 이른바 '버핏 지수'를 많이 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합이 몇 배나 되는지다. 우리나라는 그간 1배가 안 됐는데 지금은 1.1배가 훨씬 넘는다. 버핏은 1배 이상 넘으면 과열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1.6도 넘으니 나라마다 다르긴 하다. 추세를 보면 현재는 버핏 지수 추세에서 2 표준편차를 벗어난 국면이다. 추세값에서 2 표준편차 이상 벗어난 국면이 2000년 이후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 정도가 있다. 쉽게 오는 국면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펀더멘털이 올라오는 속도에 비해 주가가 훨씬 빨리 올랐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주가가 빠지지 않더라도 현 수준에서 횡보하고 펀더멘털이 올라오면 다시 표준편차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과열이 소멸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과열인 부분은 있다. 문제는 과열에 대한 부분이 시장에 문제를 야기하느냐인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반대로 생각해보자. 주가 급락 때 보면 아주 강한 매도자 때문에 급락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이면에는 매수세 실종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적당한 '사자'가 유지되는데 '팔자'의 이유를 투자자가 못 찾고 있다. 결국 경제 정상화, 백신 보급 등에 대한 프리미엄을 반영해가면서 지금 감염자가 늘어나는 문제보다는 이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감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균형에 큰 문제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현 단계에서는 과열 조짐 등이 있긴 하지만, 주가 정점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배종진 부국증권 리서치센터장
증시 자체는 단기적으로는 과열 얘기가 나올 수가 있는데, 결국은 수급 문제다. 유동성 때문에 시장은 좀 더 갈 수 있는 요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지표상으로는 과열을 논할 수 있지만, 1분기까지는 시장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을 짧게 두고 며칠 동안 얼마가 올랐다고만 보면 과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길게 두고 보면 과열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실물 경기가 회복 초입 단계이고, 초저금리 상태에 있다. 주가수익비율(PER)도 과거보다는 높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가치주들, 제조업체들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상태여서 예전처럼 한정된 업종군들만 올라가는 그런 시장이 아니고, 시장이 골고루 저변도 확대가 되고 고객 예탁금도 수급적인 요인도 좋아진 상태여서 과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단도직입적으로 과열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단기간에 수급이 가파르게 들어오면서 가격 측면에서 너무 빨리 오른 것 아니냐를 '과열'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추세에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코로나로부터 정상화되는 부분이 있고, 기업 실적이 늘어나는 컨센서스가 있다고 보면 아직까지는 상승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열이다.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GDP 성장률, 기업 실적 등 전통적인 툴로 보면 과열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나머지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정상적이냐 하는 것이다. 이례적인 저금리에는 이례적으로 높은 PER이 합당할 수도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까지 간다고 했으니까 이례적으로 길게 갈 것이다. 이런 이례적인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하면 금리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밸류에이션도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 합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저금리도 이례적이고, 시중에 풀린 돈도 이례적으로 많은데 단순히 과거의 잣대로만 'PER, PBR이 비싸, 사상 최고점이야, 그러니까 과열이야'라고 하는 것 같다.
정리하면 전통적 잣대로는 과열이 맞고, 버블이라고 해도 맞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 이후에 벌어진 이례적인 유동성 환경과 정책조합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한범호 부부장
지수가 적정한 수준인지 증권사 연구원들은 주로 실적 기반으로 따지는데, 지금 지수의 경우 실적 기준으로 설명되는 수준은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2021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185조~19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2017~2018 영업이익이 193조원 정도로 비슷했던 시기 지수는 2,600 수준이었다.
작년 워낙 안 좋았으니 기업 실적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녹아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자산관리를 받는 분들에게 충분히, 자신 있게 증시에 지금 들어가도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유동성이 워낙 많고 투자 대상에서 가장 큰 부동산이 빠지다 보니 '심리적 쏠림'이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심리적 쏠림의 논거 중 하나는 일단 원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조지아 상원 선거까지 민주당이 이기면 재정지출이 더 늘고 달러 약세, 원화 강세가 더 진행돼 한국 증시의 리레이팅(재평가)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또 하나는 비대면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주목받는 정보기술(IT), 바이오, 친환경, 전기차 섹터의 한국 증시 내 비중이 외국 증시보다 크다는 점도 심리적 근거가 될 수는 있다.
간단히 말해 실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수 레벨에는 거의 다 왔고, 유동성 힘으로 오버슈팅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그 이후 어차피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를 확대할 시기는 아니고, 가진 주식을 유지하면서 먼저 팔 필요까지는 없는 상태라고 조언할 수 있다.

◇ 한국은행 관계자
작년 12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는데, 이는 올해 경기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는 예상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 등 외국에서 먼저 백신이 개발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실현 가능성도 커지자 투자자들이 몰리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1, 2분기에 기업들이 실제로 그만큼 실적을 보여줄 거냐다. 이주열 총재가 말했듯 위험 요인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실제로 기업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시장에서 확인해가면서 투자들이 진행될 텐데 그런 점에서 유심히 시장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총재가 범금융권 신년사에서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잘 지켜봐야겠다.

◇ 정부 관계자 A
정부가 증시 상승세가 문제라고 하거나 빠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민간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고 그 기준도 다를 수 있으나 정부가 방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것은 우려하고 있으나 주식 시장으로 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늘어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바이오 등이 증시를 주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흐름을 매일 주시하고 있다.

◇ 정부 관계자 B
증시가 과열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유동성 관련 리스크를 얘기해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실물과 금융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부동산보다는 기업과 관련된 주식이 그런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결국 기업이 주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이미 경계감을 피력하고 있다.

◇ 정부 관계자 C
정부가 '과열이다, 아니다'를 단언해서 정의하지는 않지만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하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코스피가 당장 3,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서 특정 시장조치를 임박하게 검토하거나 염두에 두는 건 없다. 실물이 변함이 없는데 주가만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다. 실물과 괴리돼 금융이 끝까지 갈 수 없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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