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미국이 약속 이행하면 우리도 약속 준수할 것"
한국케미 나포…한국 내 동결자금 불만·핵합의 협상력 제고 '다목적 카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국 선박 나포와 우라늄 농축율 상향 등 대미 압박에 나선 이란이 미국에 '과거의 실수를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법치주의를 따르기 위한 미국의 어떤 조치도 환영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의 실수에 대해 보상하고 미국을 2015년 핵합의를 완전히 준수하는 쪽으로 복귀시킨다면 이란은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미국 행정부를 언급하며 "그들이 모든 약속을 이행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약속을 완전히 준수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하니 대통령의 '과거 실수를 보상하라'는 발언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선박을 나포하고 우라늄 농축률을 20%까지 상향하는 등 이란이 연일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 협상을 앞두고 선제 강경 조치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 나포가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향후 미국과의 협상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인근 해역으로 급파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과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JCPO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JCPOA를 오바마의 '외교적 실패'라고 비난했으며, 2018년 일방적으로 JCPOA를 파기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JCPOA 체결로 해제한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이 먼저 핵 합의를 엄히 준수하면 JCPOA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도 이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를 트럼프 집권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이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핵합의 파기에 따른 책임과 세부 협상 조건 등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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