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특이' 항체 6개월 증가, 최장 18개월 면역 지속도 가능
개인차 큰 '면역 기억' 변수…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방어면역(protective immunity)은 특정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이 한 사람에게 재감염했을 때 병원체 항원을 인식하는 특이 항체나 T세포로 병원체를 퇴치하는 획득 면역을 말한다.
바이러스 등의 감염 질환에 걸리거나 백신을 접종하면 보통 이런 획득 면역이 생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아직 항체 형성 시점과 면역 지속 기간 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데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하면 처음 감염 증상이 나타난 시점으로부터 최소 8개월간 방어면역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이 정도이고 연구를 계속하면 12개월 내지 18개월까지 면역 지속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의 셰인 크로티 교수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크로티 교수는 "면역 기억에 관여하는 바이러스 특이(virus-specific) 항체, 기억 B세포, 보조 T세포, 킬러(자연 살상) T세포 등의 수치를 모두 측정했다"라면서 "급성 감염질환과 관련해 이들 4개 면역 기억 요소를 모두 측정한 연구로는 최대 규모였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작년 4월부터 코로나19 환자 188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회복 이후 항체와 면역세포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숙주세포에 감염할 때 필요한 '스파이크 단백질' 특이 항체는 감염 6개월 후까지 증가했고, 방어 면역에 깊이 관여하는 기억 B세포도 제역할을 할 만큼 남아 있었다.
추후 이런 환자가 신종 코로나에 다시 감염되면 기억 B세포가 활성화해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가 형성된다.
또한 재감염에 맞서 싸우는 T세포 외에 신종 코로나를 다시 만나면 즉시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기억 CD4+ 보조 T세포', 감염 세포를 파괴해 감염증 재발을 억제하는 '기억 CD8+ 킬러 T세포' 등도 많이 잔존했다.
이들 면역 세포와 항체가 공조하는 획득 면역계는 최초 감염으로부터 8개월 넘게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티 교수는 "감염 후 8개월 동안 적어도 위중한 코로나19에 대해선 방어면역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실제로 면역이 지속하는 기간은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데, 면역 기억이 지속하는 기간은 감염 후 12개월 내지 18개월이 될 거로 예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런 면역력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경고한다. 개인별로 면역 기억과 방어면역의 강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연구 피험자들의 면역 기억 상·하한 규모는 약 100배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면역 기억이 약한 사람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 재감염에 취약하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어느 정도 면역이 지속할 것인지는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결과만 해도 백신 개발자들에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거로 보인다.
앞서 몇몇 다른 연구에선 감염 후 수개월 간 항체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감염을 통한 획득 면역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나왔다.
이번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LJI의 알레산드로 세떼 박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 반응이 어느 정도 약해지는 건 정상"이라면서 "원래 면역 반응은 처음에 대폭 증가했다가 점차 축소해 안정 상태를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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