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이 미 의회 난입했으면 총 맞았을 것" 너무 다른 대응

입력 2021-01-08 02:40   수정 2021-01-08 12:10

"흑인들이 미 의회 난입했으면 총 맞았을 것" 너무 다른 대응
작년 인종차별 반대시위 강경대응한 미 당국, 의회난입엔 사실상 무방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시위 대응과는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개 주와 워싱턴DC 주방위군도 모자라 헬기까지 동원된 인종차별 반대시위 때와는 달리 이번엔 의회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워싱턴DC 주방위군 동원마저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 미 언론은 전날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보도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전국으로 번져나갔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 때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워싱턴DC와 11개 주에서 주방위군이 동원됐다. 워싱턴DC 외곽엔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도록 현역병들이 배치됐으며 군용 헬기가 저공비행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위가 확산하기 전부터 법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을 비롯한 당국의 대응이 철저했다. 시위가 열릴 때는 하루 80여명이 체포되기도 할 정도로 체포가 줄을 이었다.
이번 의회 난입 때는 워싱턴DC 주방위군 1천100명이 총동원되기는 했으나 난입이 발생하고 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리 340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돼 있기는 했지만 군복 차림의 병력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모습이 볼썽사나울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의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난입 사태가 발생하고 의회 경찰이 주방위군 200명의 추가 지원을 급히 요청했으나 곧바로 승인되지 않았다. 워싱턴DC는 주가 아니어서 주방위군의 배치 권한이 현재 국방장관 대행인 크리스토퍼 밀러에게 있다.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시위 당시 과잉 대응했다는 비판에 따라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국가안보상 중대 위협인 의회 난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는 지점이다.
WP는 "과거 강경대응으로 비판받았던 펜타곤이 이번엔 비껴나 있었다"면서 "지난해 6월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보여준 군의 역할과 극명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에 배치된 경찰이 난입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며 밀려나는 모습도 고스란히 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체포자도 60여명에 그쳤다.
CNN방송도 "지난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 이번 대응엔 차이가 있었다"면서 "당시엔 경찰이 최루가스와 폭력, 체포로 시위대를 맞았다"고 했다.
흑인 인권 단체인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전날 의회 난입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미국 공권력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위선 사례"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흑인이 목숨을 위해 시위할 때는 공격용 화기와 방패, 최루가스, 전투헬멧을 갖춘 경찰이나 주방위군을 맞닥뜨린다"며 "이건 분명하다. 만약 (의회 난입) 시위대가 흑인이었으면 최루탄을 맞고 구타당하고 아마도 총을 맞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엔 백인도 적지 않았지만 유색인종이 상당수였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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