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후 의회경찰 대폭 강화…시위대 난입에는 속수무책
의회 조사·징계 예상…바이든 취임식 보안계획도 재평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2천 명의 경찰을 거느린 조직이 맞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 이후 경비와 보안을 책임진 의회 경찰이 부실대응 책임론의 한복판에 섰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의회 경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800명가량이던 경력이 2천 명으로 확대됐고, 연간 4억6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애틀랜타나 클리블랜드 같은 대도시 경찰서의 인력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이번 난입 사태에 속수무책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의회경찰은 의회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데도 낮은 장벽을 설치하고 폭동 진압 장비가 아닌 제복을 입고 있었다.
보호 대상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여러 겹의 보호선을 설치하는 원칙과 다른 대응이다. 시위를 막을 준비는 돼 있었지만 공격을 제지할 태도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경찰이 시위자와 '셀피'를 찍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시위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보안 장벽을 열어주는 장면까지 있다. 의사당 계단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한 여성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도 나온다.
그 결과는 시위대의 의사당 침입이었고, 반란, 폭동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의원들이 회의를 중단하고 긴급 대피하는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의회경찰 국장을 지낸 킴 다인은 WP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훈련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대응은 과거 의사당 인근의 위협에 대처한 것과도 놀랄 만한 대조를 이룬다는 게 WP의 평가다. 2013년 의회경찰이 보안장벽을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사격을 가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두고 대규모 시위대가 물리력으로 의회에 난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대비가 소홀했던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작년 여름 흑인 남성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항의 시위 이후 진압에 소극적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의회 경찰은 한 시위자가 의회 창문을 깨고 내부로 들어가 다른 시위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상황까지 벌어진 후에야 워싱턴DC 경찰, 주 방위군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의회경찰 예산을 담당하는 하원 위원회의 위원장인 팀 라이언 의원은 "의사당 근처에 아무도 없어야 했다"며 관련 관리들이 해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원 행정위 위원장인 조 로프그렌 의원도 이번 난입사태가 중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며 경찰의 대응과 준비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시위대가 의회를 봉쇄할 수 있고 의회 경비가 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법집행 당국자들이 우려한다고 WP는 전했다.
대통령 경호를 책임진 비밀경호국(SS)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보안계획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취임식은 의회에서 열린다.
그러나 의회경찰 국장인 스티븐 선드는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쇠 파이프와 화학제로 공격하는 등 이번 사태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어떤 것과도 달랐다며 경찰이 용감하게 행동했다고 방어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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