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폭도들의 두번째 타깃은 언론…카메라 부수고 폭언

입력 2021-01-08 04:39   수정 2021-01-08 11:06

미 의사당 폭도들의 두번째 타깃은 언론…카메라 부수고 폭언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난동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는 언론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전날 의사당에 난입하는 등 폭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언론사 기자들을 두 번째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카메라를 빼앗아 박살 내고, 협박 등 폭언을 퍼부은 것은 물론 의사당 문에 '언론을 죽여라'라는 글귀까지 새겨넣었다.
블룸버그뉴스 기자인 윌리엄 터튼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의사당 밖에서 한 무리의 시위대가 카메라 기자들에게 다가와 "여기서 나가라"고 외친 뒤 촬영 장비를 부수는 장면이 찍혔다.
일부 시위대는 "CNN은 형편없다"는 구호를 외친 뒤 카메라를 짓밟았다. 그러나 이 카메라에는 CNN이 아닌 AP통신 로고가 붙어있었다.
터튼 기자는 의사당에서 경찰에 의해 쫓겨난 시위대가 취재기자들에게 갑자기 관심을 돌렸다며 "그들은 카메라를 가진 누구라도 뒤쫓았다. 이탈리아 TV 제작진이 쫓겨 달아나는 것을 봤다"라고 말했다.
버즈피드뉴스 기자인 폴 매클레오드는 누군가 카메라 줄을 올가미처럼 만들어 나무에 걸어놓은 것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다.

CBS뉴스 기자인 칩 리드는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분쟁 취재 때 사용한 보호장구를 다시 입었다며 "미국 의사당 경내에서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시위자로부터 '경찰이 기자들을 보호해줄 것 같으냐'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우리 주변에는 경찰관이 아무도 없었다. 무서웠던 순간"이라며 "이들은 언론에 매우 화가 나 있었다"고 술회했다.
당시 의사당 안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다루던 취재진은 폭도들을 피해 숨는 등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NBC방송 프로듀서인 헤일리 탤벗은 기자 5명과 함께 한 의원실에 대피했다며 "대단히 심각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적대감 표출은 워싱턴DC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소수의 트럼프 지지자 집회를 취재하던 CBC방송 촬영기자는 누군가의 주먹에 얼굴을 얻어맞았다.
NBC방송의 워싱턴 계열사 WRC-TV의 쇼마리 스톤 기자는 "이것은 수정헌법 1조(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에 대한 공격"이라며 "전에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평소 주요 언론매체들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고 가짜뉴스로 취급하며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겼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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