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체포 53명 중 7일 밤까지 30여 명 풀려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일 체포됐던 범민주진영 인사 53명 중 전날까지 30여 명이 보석 석방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는 7일 오전 미국인 인권변호사 존 클랜시가 가장 먼저 풀려난 데 이어 당일 밤 11시 30분까지 30여 명이 풀려났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석방에 앞서 여권을 압수당했으며, 경찰에 여권 제출을 거부한 우치와이(胡志偉) 전 민주당 주석은 석방이 불허됐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이들은 지난해 9월 6일로 예정됐던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7월 11~12일 5개 지역구별 야권 단일 후보를 정하는 비공식 예비 선거를 조직하고 이에 참여해 홍콩보안법 중 국가 전복을 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홍콩 정부는 해당 예비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참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반년 지나 관련자들을 한꺼번에 체포했다.
SCMP는 53명 중 베니 타이(戴耀廷) 전 홍콩대 교수 등 6명은 예비 선거를 조직한 혐의, 나머지 47명은 이에 참여한 혐의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 53명 중 16명이 전직 입법회 의원이며, 나머지 상당수는 예비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라고 덧붙였다.
풀려난 이들은 일제히 당국의 처사를 비판했다.
전날 자정 직전 풀려난 타이 전 교수는 "홍콩이 추운 겨울로 들어섰다. 바람이 강하고 차다"면서 "그러나 나는 많은 홍콩인이 바람에 맞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보석금 3만 홍콩달러(약 422만 원)를 내고 풀려난 레이몬드 찬(陳志全) 전 의원은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나?"라면서 "선거에 출마하고 선출된 의원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보장됐다"고 주장했다.
쿽카키(郭家麒) 전 의원은 석방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들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는 인내해야 한다. 때가 되면 새로운 희망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양대 노동단체 중 하나인 홍콩직공회연맹(CTU) 캐럴 응 대표는 "경찰서에서 추운 밤을 보내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면서도 "홍콩인들은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레나 웡(黃碧雲) 전 의원은 "경찰은 우리를 30시간 가뒀다. 그들이 (이를 통해) 홍콩인들에게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위협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중 의원 탐이우청(譚耀宗)은 라디오방송에서 해당 예비 선거는 명백하게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유일한 홍콩 대표인 탐 의원은 "예비 선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면서 "베니 타이의 전체 계획은 범민주 진영이 입법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뒤 예산안을 거부해 정부를 마비시키고 행정장관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와 별도로 전날 이미 다른 혐의로 수감 중인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黃之鋒)과 홍콩 야당 '피플파워' 소속 탐탁치(譚得志) 전 의원도 53명과 같은 국가 전복 혐의로 옥중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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