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조문 안 오면 매장 없어" vs 총리 "협박 말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소수 시아파 무슬림 광부 11명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납치·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임란 칸 총리가 "내가 조문 하도록 협박하지 말고, 매장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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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돈(DAWN)과 외신에 따르면 칸 총리는 전날 TV연설을 통해 "내가 조문 갈 때까지 시신을 매장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협박에 해당한다"며 "어떤 나라의 총리도 이런 식으로 협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난 3일 파키스탄 남서부 퀘타에서 남동쪽으로 50㎞가량 떨어진 마치 광산지역에서 광부 11명이 괴한에게 납치됐다. 이들은 인근 산으로 끌려가 눈이 가려지고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총과 흉기로 공격당했다.
6명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5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이들 모두 현지 소수 집단인 시아파 하자라족이었다.
IS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하자라족은 칭기즈칸이 1221년 서부 바미얀을 침공한 이래 아프간과 인근 지역에 정착한 몽골인 후손으로, 탈레반과 IS로부터 인종청소 대상으로 지목돼 끊임없이 공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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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들의 피살 소식이 알려지자 퀘타에서는 하자라족 수백 명이 피해자들의 관 옆에서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본래 무슬림은 시신을 사망 후 24시간 안에 매장하는 관습이 있으나, 하자라족은 칸 총리가 조문을 오지 않으면 몇 달 동안 계속 시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항의의 표시로 눈이 가려지고 손을 등 뒤로 묶이기도 했다.
시아파 지도자 아르밥 리아쿠앗 알리는 "칸 총리가 퀘타로 와서 우리의 시련과 고통을 보기 전까지는 광부들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칸 총리 반대론자들은 하자라족의 조문 요구를 칸 총리가 '협박'이라고 말하자 "동정심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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