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내부거래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일감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규범을 도입한다. 조만간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물류업체를 만나 이를 발표한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방역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대기업집단 소속 물류회사와 이들의 화주(貨主) 기업을 만나 일감 개방 협약식을 열고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공정위와 협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공정위가 마련하려는 규범은 내부거래 일감을 중소기업에 나눈 실적을 기업별로 지수화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때 활용하고, 최우수기업에는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골자다. 물류, 시스템통합(SI)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는 일감 나누기 자율준수기준도 만든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210개에서 591개 안팎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일감이 개방되고 내부거래 안건이 이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된다면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규범은 강제력이 없는 연성규범으로 대기업집단 계열사 끼리 맡던 내부거래 일감을 비계열 중소기업에 줄지는 전적으로 기업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공정위가 수년간 다수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해왔지만 2019년 기준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96조7천억원에 달하는 등 대기업집단 일감은 집단 안에서 나누는 관행이 여전히 보편적이다.
조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기업집단의 일감 개방은 멀게만 느껴진다"며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가 증가하고,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중 95.4%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물류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계열사 일감으로 올리는 경향이 더 크다. 대표적으로 현대글로비스는 2019년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액 비중이 21.57%였다. 이 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9.99%로 그동안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로 확대되면서 제재대상에 들어간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참여를 조금이라도 더 유도하기 위해 업계와 협약을 맺으려 한다"며 "이후에는 간담회 등 자리를 마련해 일감 개방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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