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 자금 동결" 책임 돌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 정부는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 도착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에게 한국에서 이란 자금이 동결된 것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한국 정부가 굴복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최 차관에게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무고한 이란 국민을 인질로 한 불법적이고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고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아락치 차관에게 "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에 접근하도록 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라며 "한국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힌다"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또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억류한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아락치 차관은 "이란 영해에서 발생한 선박 억류는 오직 기술적, 환경 오염 문제다"라며 "이란 사법부가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의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7조8천억원)에 달하는 이란 석유 수출대금이 예치됐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 2010년부터 이 계좌를 통해 달러화로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대금을 결제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 규모보다 이란의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 대금이 크기 때문에 이 계좌에 잔고가 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2018년 5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 계좌의 운용이 중단돼 이란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계좌를 계속 운용하면 한국의 두 은행은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내 영업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 사용과 외화 거래가 차단돼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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