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잇따라 '기소 가능성' 언급…워싱턴 법무장관 "폭력조장 여부 검토중"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의회난입 여파로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엔 형사 기소될 위기에 놓였다.
검찰 고위 인사들은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 당시 폭력을 선동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압박에 나섰다.
칼 러신 미국 워싱턴DC 법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러신 장관은 이날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동사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조장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선동이 예견 가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을 경우" 적용될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모 브룩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의회난동 사태에 앞서 진행된 지지자 시위 연설 및 발언에서 군중의 분노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명히 군중은 흥분했고 의사당에 초점을 맞췄다"며 트럼프 대통령 등이 "그들을 진정시키거나 시위에 필요한 평화적 성격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을 격려하고 화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으로 기소하든 아니든 우리는 모든 사실을 파헤쳐야 한다"며 워싱턴DC 법률에 따라 폭력 선동에 관한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신 장관은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 임기가 9일 정도 남았고, 당연히 조사는 그 9일을 넘어 훨씬 더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이후에 기소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법적 문제"라고 부연했다.
다만 러신 장관은 "나는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며 자신과 검찰은 "사실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신 장관은 지난 8일 ABC 방송에 출연해서도 트럼프 부자와 줄리아니 등 3명을 지목해 "지지자 및 혐오 단체들이 의회로 행진하도록 부추겼다"면서 "폭도뿐만 아니라 폭력을 불러온 이들도 조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미국 검찰은 법원과 마찬가지로 연방 및 주 검찰이라는 이원적 구조다.
50개 주에 주 검찰이 있으며 '컬럼비아특별구'인 워싱턴DC에도 별도로 검찰이 설치돼 있다. 연방 법무장관과 마찬가지로 주 법무장관도 검찰총장을 겸한다.
워싱턴DC의 뮤리얼 바우저 시장과 러신 법무장관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앞서 연방 검찰인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 검사장 대행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의회에 대한 폭동에서 대통령의 역할을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행위자를 들여다보고 있다. 범죄 구성요건에 부합한다면 기소될 수 있다"고 말해 기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지난 6일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시위에 직접 참석해 "포기도, 승복도 절대 없다"면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의회에서 바이든 승리 확정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도 선거 불복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는 '내란 선동' 혐의를 전면에 내건 민주당의 탄핵 추진 명분이 됐다.
연설 후 지지자들은 의회로 행진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수백 명이 의회로 난입하는 초유의 폭동 사태가 벌어져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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