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코로나로 중국 내 민주활동가 목소리 줄어"

입력 2021-01-12 11:51  

홍콩매체 "코로나로 중국 내 민주활동가 목소리 줄어"
"당국 검열 강화…서방의 코로나 부실 대응 영향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내 민주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팬데믹을 통제한다는 명분 아래 당국이 반체제 목소리에 대한 검열과 단속을 강화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서방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면서 일반 대중 사이에서 서방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후베이성 우한(武漢) 지역 상황을 취재했던 중국 시민기자 장잔(張展·37)은 지난달 말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에게는 '공중소란'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들에게 만능키처럼 휘두르는 혐의다.
SCMP는 "지난해 초 장잔이 체포됐을 때만 해도 대중의 비판이 컸지만, 11개월이 지난 후 그에게 중형 선고가 내려진 상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수감 기간 단식 투쟁 등으로 쇠약해진 장잔 역시 검찰 측이 재판 과정에서 혐의에 대한 증거를 거의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선고 공판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잔은 선고공판에 앞서 자신의 변호사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했다. 하루하루가 고문이었다"고 토로했다.
SCMP는 "중국 본토 민주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통제와 탄압이 강화되면서 변화를 꾀하려는 자신들의 노력이 가망이 없을 수 있다는 좌절감과 혼란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우한에서 발생한 새로운 폐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후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 사건을 둘러싸고 하늘을 찔렀던 비판의 목소리도 당국의 강력한 검열 속에서 두달만에 통제됐다고 지적했다.
후난(湖南)의 재야 인사 어우뱌오펑(歐彪峰)은 중국 시민사회가 전례없는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국가 전복을 꾀한 혐의로 지난달 3일 체포돼 15일간 구금됐던 그는 SCMP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당국의 사회 통제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인권운동가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요즘에는 어떠한 형태의 저항도 보복과 탄압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SCMP는 중국 당국이 팬데믹을 잡는다는 명분 아래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으며, 여러 시민기자와 학자 등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와 별개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서방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것 역시 민주 활동가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응 성공을 국가의 저력을 과시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대규모 인력을 인터넷 검열에 투입해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는 중국의 전략이 일반 대중에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어우뱌오펑은 "정치사회적 변화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지만 여전히 전진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가 지금은 알지 못할지라도 다음의 예기치 못한 변화가 바로 길모퉁이를 돌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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